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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Jan 16. 2022

누정,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3

공간기록


 연말에는 항상 한 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해를 되돌아보는 것이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라, 일상적인 공간들보단 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들을 찾아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나의 2021년을 되돌아보기 위해 선택한 장소는 서촌에 위치한 스테이 누정



 '정말 여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면 잘 찾아가고 있는 것.. 좁은 단독 골목을 굽이굽이 따라가다 보면 스테이를 만날 수 있다. 사진에서 본 내부 공간의 짙은 우드톤 대문을 마주했는데, 여기가 바로 오늘 시간을 보낼 스테이 누정.



 나는 스테이 폴리오(https://www.stayfolio.com/)를 통해 한 달 반 전에 예약했고, 방문 당일 몇 가지 안내사항과 대문 비밀번호를 핸드폰 메시지로 받았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내부로 들어가면 작은 정원과 조그마한 독채 공간을 만나게 된다. 무인으로 운영하는 독채 스테이로 입실부터 퇴실까지 누군가와 대면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공간은 크게 [간이주방 / 휴식 영역(욕조 및 티테이블) / 화장실 / 침실]로 구성되어 있다. 누정이라는 네이밍과 전체적인 공간 의도는 '자연을 곁에 두고 담백한 풍류와 명상을 즐겼던 선조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으로 설명되어있다. 휴식 영역이 일반 바닥보다 레벨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욕조의 깊이가 깊어 의도적으로 단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지만, 개인으로는 휴식을 위해 높게 지은 누정의 건축적 의미를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 같기도 하다. 휴식 영역 주변으로 세워진 목조 기둥, 외부 정원(자연)을 바라보며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도록 한 배치, 모두 그러한 의도 아닐까? 



 휴식 영역의 좌측에는 간이주방이 있다. 간이주방이긴 한데.. 일반적인 주방의 모습을 상상하면 실망할 수도... 식음 할 수 있는 작은 수전과 하부장에는 티 용품들이 수납되어 있고, 그 옆에 정말 작은 냉장고가 있다. 차 정도는 마실 수 있지만, 내부에서 음식을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조리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 오븐, 인덕션은 물론 없고, 음식을 제대로 펼쳐놓고 먹는 것도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음식은 밖에서 먹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휴식 영역의 우측에는 세면대와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치약 정도의 기본적인 어메니티와 드라이기, 브러시 빗을 갖추고 있다. 공간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화장실도 협소하다. 내부에 들어가면 샤워기와 샤워부스, 양변기가 있고 화장실 밖에 세면대가 있다. 세면대 상부장에는 핸드워시와 작은 거울, 공간의 톤과 잘 어울리는 오브제들이 연출되어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침실이 나온다. 역시나 아담하다. 정말 기본적인 기능만 갖추고 있다. 침대와 공간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의 주인공 룸 스프레이, 한 권의 책이 배치되어있다. 침대 맞은편 벽에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가 벽면에 조성되어있다. 옷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화장실 벽면 쪽에 매립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용품을 보관할만한 공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전체 벽 마감은 플라스터로 마감되어있다. 한옥의 흙을 연상시키는 웜톤의 텍스쳐로 공간의 전체 무드와 잘 어울린다. 바닥은 욕조와 동일한 돌로 마감되어있다. 어느 정도 텍스쳐가 있는 마감이고 벽이 아닌 바닥에 사용해서 안전성의 문제는 없겠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넘어졌을 때 다칠 위험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왜냐면 욕조에서 물을 담그고 나와보니 나도 모르는 새 무릎이 살짝 까져있었다. 욕조는 텍스쳐가 없는 마감을 사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재빠르게 근처 효자 바베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먹은 것은 효자 바베 작은 사이즈와 감자튀김! 먹다 보니  둘이 먹기에 바비큐 작은 사이즈는 너무 작지 않을까 생각해서 감자튀김을 시켰으나 역시나 반 이상을 남겼다. 2인이라면 작은 사이즈도 충분할 듯!



 저녁을 먹고 스테이에 들어와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가볍게 올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회고를 4년째 하고 있어서 나만의 회고 시스템이 있고 어느 정도 미리 정리를 해두었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하는 건 처음이라서 무겁고 모호한 질문보다 올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질문 내용은 규림(@kyurimkim)님의 인스타를 참고했다. 경주마처럼 쉼 없이 달려온 친구라서 꼭! 이런 시간을 함께 가져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년 친구라서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몰랐던 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친구야 너도 즐거운 시간이었니?^_^ 늦지 않았으니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한 분들은 꼭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사진으로 스테이를 보았을 때 작고 아늑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정말 이 정도로 아담한 공간(?)인 줄은 몰랐다. 2인 기준으로 되어있지만, 내 기준 혼자 이용하는 것이 이곳을 가장 잘 누리고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애초에 공간 방문 목적이 '회고를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잘 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다. Z.lab에서 디자인한 세 번째 스테이 공간도 만족스러운 추억을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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