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단단한 치즈. 00

00. 프롤로그

by padosoop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타고났다. 외롭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철저히 혼자이고, 혼자임으로 비로소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


1+1=2

가장 먼저 배우는 산수이자 삶의 진수이다.

즐거움에 즐거움을 더하면 이는 배가 되고, 힘겨움끼리 더해지면 힘겨움이 배가 된다. 하지만 모이면 사라지는 것도 있다. 나는 외로움이 그것이라 신망한다. 외로움 하나와 또 다른 외로움 하나가 만나면 두 외로움이 사라지는 식.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자, 내가 믿는 것이다.


우리는 외롭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내가 존재하고 있음으로 사무치게 외로워 견딜 수 없다. 같은 공간에 있다 하여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물리적인 공존은 이 고질적인 적막을 채우지 못한다. 정신적인 공존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 함께일 수 있고, 나의 외로움과 너의 외로움이 부딪쳐 둥글게 둥글게 사라진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나를 심연으로 잡아당기는 이것에게 집어삼켜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친다. 나의 노력이 다른 누군가의 노력과 만나 이것이 소거되길 진정으로 원한다.

지난 1년간 나는 끝없이 버둥거리며 외로움이 묵고 묵어 만들어진 새카만 석유 같은 우울 속으로 매일 그렇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몸부림칠수록 물에 젖은 솜처럼 나는 끈적한 우울에 젖어 가라앉았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홀로 감내해야 했다. 외로움에서 비롯된 우울함은 또 다른 외로움을 만들며 끝나지 않는 연쇄반응을 이어갔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피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고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나조차도 이 울컥한 동굴의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어 많은 시간을 그저 덩그러니 무겁고 축축한 어둠 속에 뒤돌아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나는 라미와 동락, 동구를 만났다. 수면에서부터 노랗고 따듯한 빛이 스며들었고, 나의 어둠은 차원을 가지게 되었다. 그 빛으로 하여금 위와 아래가 구분되고, 안과 밖이 생겼으며 나아갈 방향이 드러났다. 낡고 투박한 카메라, 그리고 이 너머 분명히 존재하는 세 마리의 치즈 고양이는 나의 팔다리가 되어 수면 위로 위로 헤엄쳐나갈 의지와 힘을 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다시 수면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아 의식을 잃기 전에 고개를 돌려 숨을 들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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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나는 알게 된다.

그들의 외로움이 만나 그것의 부분이 소거되었음을, 그로 인해 나의 외로움을 이루는 소인수도 소거되었음을.

그래서 나의 외로움이 당신의 외로움을 만나 우리의 외로움이 닳아 없어질 수 있음을 나는 안다.




현재 텀블벅을 통해 고양이들이 담긴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노랗고 따듯한 그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둘,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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