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데이트

WEEK 2

by 진희
@진희


이번 주 아티스트 데이트는 혼자 솔밭공원에서 책 빌려 읽기. 최근에 집 앞 공원 바로 앞으로 스마트 도서관이 생겼다. 정말 세상이 많이 좋아졌군.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하늘이 너무 깨끗하고 파래서 기분이 맑아지는 그런 날이었다.


@진희


제목과 작가가 각각 끌리는 책을 두 권 골랐다. 한 권 읽어보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다른 책으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귀여운 나뭇잎 포스트잇에 방명록도 남기고, 책을 반납하면서 받은 확인증으로 이벤트 응모도 했다. 정작 본가도 한 달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이젠 정말 타지인이 다 되어버린 내가 가장 열심히 이용하는 기분이었다.


@진희


솔밭공원은 사람도 별로 없었고 고양이와 개, 까마귀가 가득했다. 그리고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바닷바람이 부는 소리 같아서 묘하게 좋았다. 오랜만에 들른 공원에서는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새로운 매력들이 느껴졌다.


@진희


갈색 점박이 고양이는 내가 책을 읽는 내내 바위 위에서 앵앵 울다가 내가 사진을 찍으러 가니 울음을 그쳤다. 관심받는 게 부끄러운 관종 같았다. 뚱뚱한 흰색 얼룩 고양이는 내가 책을 읽든 말든 내 옆으로 이리저리 점프를 하거나 인공 연못 사이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두 고양이 모두 너무 깨끗하고 예뻐서 길고양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분명 누군가의 애정 어린 손길이 자주 닿은 그런 뚱뚱함과 깨끗함이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줄 없는 목줄을 단 주인을 잃어버린 개가 내 앞으로 지나온 적도 있었는데, 사람을 그리워하는 듯한 눈망울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나에게 다가와서 애교를 부리다가 공원 산책하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자 금세 달아나 버렸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나랑 나란히 걷던 약국 개 (우리 집 앞에서 종종 똥을 싸고 간다)가 나를 보더니 다시 되돌아오려 해서 위험하니 빨리 건너라고 했다.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다시금 재빨리 도도도 뛰어서 건너갔다. 그리고 전봇대 아래에서 오줌을 쌌다.


@진희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손은 춥고 콧물이 나서 얼마 읽지도 못하고 일어섰다. 대신에 자연을 마음껏 만끽했다. 바람이 불고 고양이는 뛰어다니고 개는 짖었다. 가끔씩 까마귀나 다른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진희


마치 바닷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바람소리였다. 저 바람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서 나는 겨울마다 우리 집 앞 솔밭공원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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