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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Apr 03. 2023

가게 창업 아니고 아지트 공사 중입니다

4月 Bucket List

6. 아지트 공사 진행 O

ⓐ 간판 철거 O


/


@진희


태욱이랑 영동이랑 나랑 셋이서 아지트를 만들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1층과 2층을 괴롭히던 누수를 잡은 뒤부터는 공사가 이전보다 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저번 주에 카페에서 회의했던 일정대로 무리 없이 공사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누수를 잡지 못했다면 그건...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한 일이다. 시작부터 브런치에 연재 글을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싶지만,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고 꾸준히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서 버킷리스트 해결 겸 가끔씩 간단하게만 이렇게 상황을 공유하려고 한다. 우리는 올해 1, 2월부터 아지트를 만들 생각이 있었고 여러 가지 사실관계들을 확인한 끝에 가능하겠다고 판단, 3월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사실 누수까지도 셀프로 잡으려고 했는데 결국 누수는 전문가의 손에 맡기게 되었다. 누수는 꼭 전문가한테 맡기자. 셀프는 답이 없다.


@진희


가장 골치가 아팠던 간판을 셀프로 철거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태욱이가 LED 간판 전기선을 자르고 위에서 연결 나사를 모두 푼 뒤에 영동이가 밑에서 잡고 있다가 태욱이가 내려온 후 같이 간판을 뗐다. 간판 철거 때문에 회의는 많이 했었는데 실제로 떼보니까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지경이었다. 간판도 생각보다 너무 가벼웠다. 나는 사실 엄청 쪼매난 여자인데 내가 들어도 덜컹덜컹하면서 들렸다. 그 정도로 가벼웠다. 끝나고 나서 곧바로 천장 벽지 제거 작업을 하는 바람에 간판을 다 철거한 건물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진희


태욱이 말로는 본체를 살려서 다른 간판으로 바꿔 끼울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아지트 간판을 LED로 달아보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다. 사실 그냥 고물상에 갖다 줘버리고 싶다.  왜냐하면 꼴 보기가 싫기 때문이다. 놔둘 데도 없고...


@진희


누수 때문에 곰팡이로 난리가 난 천장이다. 벽지를 뜯으니까 곰팡이에게 잡아먹힌 너구리 겨드랑이 같은 천장의 합판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말 답도 없는 천장이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저 지경이지만 저 합판을 셀프로 철거할 수도 없다. 왜냐? 저걸 뜯으면 천장을 지지하고 있는 각목으로 된 지지 틀이 나오는데 그것도 너구리 겨드랑이일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우리가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목수를 불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건물이 무너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두꺼운 벽지를 새로 사서 천장 도배만 할 예정이다. 도배는 경험자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어서 아무래도 유튜브를 보고 미리 예습을 해서 가야 할 것 같다.


@진희


다음 주에는 회의를 한번 더 거쳐서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작업도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건 커튼이다. 간판도 인조잔디와 조화를 사용해서 플랜트월로 꾸며볼 생각이다. 그리고 당근마켓으로 산 바 의자가 녹슨 상태인데 아무래도 잘못 산 것 같다. 녹이 안 닦인다. 아줌마가 분명히 팔 때 우리 보고 이거 그냥 슥슥 닦이는 거라고 했는데 녹 닦는 약으로 아무리 빡빡 밀어도 안 지워졌다. 사기당한 게 아닐까 잠깐 생각해 봤다. 이것도 유튜브한테 물어봐야겠다. 아직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아지트지만, 올해가 끝나갈 무렵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완벽하게 세팅된 아지트에서 연말파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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