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중국어 "别想一口吃个胖子!"가 나를 변화시키다. (feat. 첫 술에 배부를 생각은 마!)
2005년, 1년 동안 중국 하얼빈이라는 곳에서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다. 1년 동안 배운 숱한 문장 중에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하나, "别想一口吃个胖子!"(첫 술에 배부를 생각은 마) 문자 그대로 한 입에 많은 양의 음식을 입에 넣으면 탈(뚱보가 된다든지, 배탈이 난다든지)을 면하지 못한다는 의미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급하게 다 해 보려는 뜻도 있다. 과정 하나하나에서 얻는 기쁨을 기대하는 게 아닌, 그저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평생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2016년 가을,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여기서 '잘'이란, 이왕이면 많은 독자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람은 물론, 오프라인 서점에서 반짝이는 '베스트셀러' 네온사인 아래에 내 책이 꼿꼿이 자리하길 간절히 소망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찾는 소리 하나, '别想一口吃个胖子!'
'너, 평생 글 쓴다고 다짐하지 않았어? 그러면서 시작부터 무슨 베스트셀러를 바라지? 그래, 첫 책을 출간한 후 이른 시일 안에 많은 독자가 널 알아봐 준다고 쳐. 그다음은? 네가 말한 대로 '오래오래'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제 시작하는 발판 위에 섰으면서 위의 것을 얻으려는 너인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들 계속해서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기억해! 한꺼번에 얻으면 더 많은 걸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2017년 봄, 인생의 첫 종이책이 출간된 이후 어느새 4권의 책을 더 낸 6년 차 작가가 됐다. 6년 동안 육신의 나이 말고도 활자로 펼친 내 생각의 크기도 변하고 자랐다. 그토록 바라던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도 진즉에 상자에 넣었다. 신이 허락해서 그 꿈을 꺼내 현실로 안내해 준다면 감사하겠지만, 영영 '꿈나라'에 있다고 해도 괜찮다. 정말이다. 더 중요한 건,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글을 쓰고, 내 경험과 지식을 전할 수 있는 강의나 강연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글쓰기뿐 아닌, 꿈이 현실이 되는 힘! 동기부여를 드리고 싶다. '무적의 용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만화 캐릭터보다 더 큰 힘을 드릴 자신이 있다! 저기 잘나가는 책을 쓴 저자들보다 글쓰기 기교는 부족해도, 한 해 한 해 꾸준히 읽고 쓸 자신이 있다! 혹시 누가 아나? 이 꾸준함이 '글 잘 쓰는' 나로 안내해 줄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의 파도가 일렁이는 인간인지라, '얼른 더 잘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노크도 없이 불쑥 나를 찾는다. 그때마다 중국어 '别想一口吃个胖子'가 나타난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일에서 멀어진 후부터 자연스레 중국어와 멀어졌는데... 뭐 좋은 일로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이럴 때마다 나를 깨우는 문장이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