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연히 본 정사각형 이미지 안에는 차마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욕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에요. 내 방에서 혼자 봤기에 다행이지, 지하철 안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봤다면 뒷골이 꽤나 무거웠을 거예요. 내가 욕한 것도 아닌데, 그런 글을 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글쓴이와 '한통속'으로 여길지 모르니까요.
욕설이 섞인 이 한 문장에는 '좋아요' 수가 수천 개가 넘었고, "진짜 내가 oo한테 해주고 싶은 말인데, 아오!", "ㅋㅋㅋㅋ 대박, 내 속이 다 시원함~", "그놈이 이 글을 봐야 하는데..." 등의 조롱 섞인 댓글이 넘실거렸습니다. 자극적인 문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을 거둔 셈이죠. 그렇잖아도 '요즘 어떻게 하면 인스타그램을 자~알~ 운영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고, 좋아할 만한 피드는 무얼까' 하며 고민하던 나인데, 아주 잠깐이지만 '나도 저렇게 자극적인 글로 시선을 끌어볼까?'라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더라고요. 이래서 영향력이 무서운가 봐요. 물론 그럴 일은 꿈에도 없지만, 잠시나마 이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담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욕설이나 타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는 글귀를 버젓이 자신의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팔로워는 상당히 많습니다. 1만 명은 기본이에요. '좋아요'나 '댓글'도 부러울 만큼 많고요. 하지만 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큰 영향력을 왜 선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해서요... 상대의 축 처진 어깨를 들어 올리는 힘이 나는 글처럼 선한 영향을 주는 글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수도 있을 텐데요. 네, 압니다. 글 쓰는 사람 자유라는 걸. 하지만 '자유'라는 두 글자로 그런 글을 본 사람들이 받을 영향은 모른 척해도 되나요? 이런 말 있죠. 욕을 하면 욕한 사람의 입만 더러워진다고. 욕한 사람 입만 더러워지면 괜찮게요? 대중교통 안, 공공장소, 길을 걷다 듣는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귀는 무슨 죄가 있나요. 마찬가지로 욕설이 섞인, 굉장히 자극적인 글은, 쓴 사람의 손은 물론 마음까지 더러워지겠죠. 자의든 타의든 그 글에 역시나 노출된 우리는 또 무슨 죄인지...
찰진 욕설이 난무하는 글처럼 상대를 부정의 늪으로 빠트리는 '안 좋은 글'을 자주 쓰는 사람들은 지금 이 글을 볼 리가 없겠죠. 무심코라도 보신 여러분만큼은, 우리만큼은 되도록 상대에게 '좋은 영향'이 흐르는 글을 쓰기로 해요. '좋은' 까지는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대놓고 욕'만 쓰지 않기로 해요. 자고로 욕이란 듣기도 싫은데, 활자로 보기까지 해 봐요. 기분 정말 더럽더라고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