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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Nov 29. 2022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제목 짓기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제목 짓기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은 단 3초라고 합니다.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첫 번째 기준을 피할 수는 없죠.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인터넷 기사 제목이나 드라마, 영화, 노래 제목은 어떤가요? 서점에 빼곡히 진열된 책 제목이나 스마트폰을 열면 눈에 보이는 블로그 제목, 심지어 내일 당장 보고해야 하는 기획서와 보고서 제목 등의 첫인상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2013년, 온 국민을 울고 웃게 한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원래 제목은 <12월 23일>이었다고 합니다. 극 중 예승(갈소원 분)이의 생일이 12월 23일이었고, 개봉 예정일 역시 2012년 같은 날로 정했는데 당시 태풍 볼라벤으로 촬영장이 무너져 개봉 시기가 늦춰졌다고 하네요. 하는 수없이 제목까지 바꾸게 됐다고. 어쩔 수 없는 경우라지만 아무리 봐도 바뀐 제목이 훨씬 나아요. <7번 방의 선물>이라는 이름은 ‘7번 방이 어떤 방일까?’, ‘그 방이 의미하는 선물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반면에 <12월 23일>일은 뭔가 허전하고, 싱거운 느낌이니까요.



나는 매주 서점에 가는데 가장 먼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놓여 있는 서가에서 책 제목을 확인합니다. 한 주 혹은 한두 달 동안 사람들의 눈을 유혹한 책을 보기 위해서죠. 책 제목만 봐도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거든요. 평생 현역 작가로 살기 위해 발을 내디딘 나지만, 역시나 눈에 꽂히는 제목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독자이기도 하니까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잘 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조금 서툴더라도 네 인생을 응원해》 (2022년 11월 4주 차 교보문고 기준)가 보이네요. 이 제목들을 보니 마치 내게 말을 거는 듯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참고로 내 신간 에세이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가 많은 분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제목부터 공감이 된대요. 관심은 고스란히 책 구매로 이어지고 있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일본 내 최초이자 최고로 손꼽히는 출판 프로듀서 ‘요시다 히로시’는 “제목은 0.3초, 부제는 3초, 카피는 30초 만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책 제목이 꽂히면 지갑이 열리는 데까지는 시간문제라는 얘기죠. 비단 책 제목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의 수많은 기사 제목과 광고, 매일같이 날아오는 스팸 메일 등도 예외는 아니니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제목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목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제목에 공을 들이기 위해서는 ‘나’가 아닌,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를 떠올리세요.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꿀 같은 감성을 한 스푼 얹기도 하고, <30분 만에 끝내는 컴퓨터 사용 법>처럼 숫자, 시간, 수량 등을 넣어주는 것도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나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처럼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능가하는 가수 되기>처럼 불가능한 일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소개하는 제목도 괜찮죠. 기존에 알고 있는 상식을 비틀어도 좋고, 현재 유행어를 잘만 이용해도 센스 있는 제목이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불순한 목적의 제목이 있어요. 무조건 호기심을 자극하면 된다는 식의 제목은 옳지 않음에도 말이에요. 최소한의 책임 의식도 없이 자신(혹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워 클릭수를 유도한 제목이 바로 그것이죠. 이때 자신들은 목적(클릭수)을 달성했을지는 몰라도 기사를 읽고 난 후의 밀려오는 허탈감은 모두 우리의 몫이에요. 특히 미성년자도 손쉽게 사용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제목을 볼 때면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은 비단 일반적인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비즈니스에서의 글쓰기를 한다면, 이 역시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해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 전문 기업 ‘리스 앤 리스(Ries&Ries)’의 회장인 알 리스(Al Ries)는 ‘첫인상을 만들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제목은 글의 첫인상이에요. 제목에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진심 어린 글을 써 놓고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생각만으로도 속상합니다... 자, 이제 호기심과 감성을 두드리는 제목을 써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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