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니 Jun 23. 2023

자동차 경주 때문만은 아닐거야

자동차 경주 때문만은 아닐거야





둘째의 감기가 낫질 않아, 중이염이 더 심해질까 두려워 해당 병원에 진료 의뢰서를 부탁한 뒤 대학 병원으로 갔습니다.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어릴 적 심한 감기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나라서 특히 기침에 민감해요) 첫째 때부터 진료받고 있는 J 교수님은 여전히 털털하고 인간미가 줄줄 흐르는 어투로,



"폐 소리도 좋고,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증상이 전혀 없네요. 첫째 있으시죠? 아마 돌 되기 전까지 한두 차례 더 아플 거예요. 이건 시간이 약입니다. 둘째의 숙명이죠. 허허."​



심지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이염 2단계 판정을 타 병원에서 받았는데, 중이염까지 사라졌대요. 콧물이 목 아래로 넘어가서 기침이 나오는 거라며 지금 먹이는 약을 모두 끊자고 덧붙였습니다. 아기의 기침이 열흘이 지나도 멎지 않아 노심초사를 했는데, 호흡기 전문 교수님의 사이다 같은 진단에 그동안 걱정으로 가득한 내 속이 뻥 뚫렸지요. (물론 앞으로 심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만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쇼핑몰에 들렀습니다. 둘째 걱정으로 아침도 안 먹고 나간 탓에 배 속 거지들이 난리를 쳐서 회전 초밥으로 달래주려고요. 식사 후 시원한 캐러멜 마키아토까지 마시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충전된 듯했습니다.







그래! 기분이다! 아래층에 있는 오락실로 향했습니다. 번쩍번쩍 다양한 게임이 가득한 공간에 내 발길은 자동차 경주로 향했어요. 물론 '펌프'가 나를 유혹했지만 숨이 턱까지 차올라 노래 한 곡도 힘겹게 할 것만 같아 못 본 척했어요. (ㅎㅎㅎ) 와, 안 한 지 백만 년이나 된 자동차 경주입니다. 남편과 나란히 앉아 시합하기로 했어요. (둘째는 유모차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신이 난 우리는 캐릭터와 경주 노선을 골랐습니다. 3, 2, 1! 경주가 시작됐어요. 남편이 나를 앞지를 때마다 액셀을 힘껏 밟았습니다. 아이템 버튼도 사정없이 눌렀죠. 그렇다면 결과는? 와우! 내가 이겼습니다! 장롱면허 18년 차가 운전 경력 20년 차를 이겼어요! 오예!







아, 행복한 하루입니다! 명의의 말 한마디와 자동차 경주 게임이 낳은 행복의 힘이 이렇게나 크다니요. '행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 진짜입니다.



한껏 올라간 입꼬리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네요. 고로,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육볶음 당첨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로 멘탈 붕괴 직전에 본 영상이 나를 살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