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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워킹맘 May 24. 2019

태교와 부동산자격증을 맞바꾸어 7년 고생한 여자

소아야경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들에게

#소아야경증

#모세기관지염

#네블라이져


둘째를 만나면서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를 많이 알게 되었다.


3개월 핏덩이 때 시부모님 댁에 맡겨 첫째와 달리,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내 옆에 있고 나와 매일 잠을 자고 있다.


두 돌 때까지 엄마를 주말에만 보아서 엄마 사랑이 굶주려 손톱을 물어뜯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내가 옆에 있어 주었기 때문에 거저 키울 줄 알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첫날부터 이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낮에는 생글생글 잘 웃고 잠도 잘 자고 우유도 잘 먹는 천사 같은 아이가

밤만 되면 작은 악마로 변했다.


차마 악마라는 표현을 안 쓰려고 했는데, 딱히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밤이 되면 잘 자다가도 갑자기 악을 쓰며 울기 시작하는데,

안아도 안되고 달래도 안되고 업어도 안되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5분 정도를 그렇게 씨름하면 쩔쩔매다 보면 이내 다시 잠이 드는 아이.


이렇게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아이가 말이다.




삐질 삐질 흐른 땀을 닦고 이제 좀 자볼까 하면 1시간도 채 안돼서 악몽 같은 일이 다시 반복이 되었다.

다시 악을 쓰며 울고, 소리 지르는 아이.

이 녀석이 도대체 몇 번을 깨는지 세보다가 숫자 10을 넘기고 집어 치운 적도 많다.


혼자 몸조리하는 딸이 걱정이 돼서, 

애들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 딸이 안쓰러워 2~3일 정도 우리 집에 오셨던 친정 엄마도


"아이고, 나 살다 살다 이런 애는 처음이다."


하시며 혀를 내두르실 정도로 둘째와 함께 하는 밤은 너무나 두려웠다.


밤마다 악을 쓰며 우는 이 현상은 계속되었고 10살이 된 이 녀석은 이제야 밤에 울지 않는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진 듯하니,

햇수로 7년, 난 밤마다 작은 악마를 달래느라 미치는 줄 알았다.


1시간마다 잠에서 깨는 쪽잠을 잔 게 7년이다.

밤에 쪽잠을 자도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가 많이 아플까 봐 걱정돼서

이런 내가 불쌍해서

밤마다 아이를 안고 달래다 나도 같이 참 많이도 울었다.



소아야경증


한의원에 처음들은 아이의 이 현상은 소아 야경증이었다.

#소아야경증 을 몰랐던 처음에는 어디가 많이 아픈 줄 알고 너무 걱정을 했었다.


배가 고픈 건가?

혹시 중이염 걸려서 귀가 아프나?

속이 불편한 건가?

응가가 잘 안 나오나?  


그렇게 걱정만 하고 답을 못 찾던 와중에,

다행히도 한의원에서 이야기를 해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아이 몸이 허하면 그럴 수 있다고 다른 처방 없이 보약을 지여 주었고,

그렇게 두 돌이 되면서 아이는 보약을 먹기 시작했다.



소아야경증의 증상


소아야경증을 인터넷에 많이 찾아보았는데, 증상이 둘째와 비슷했다. 


1. 낮에 우는 울음과 다르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우는 게 아니라. 그냥 운다. 자지러지게.

잠을 깨서 우는 게 아니라, 잠을 자면서 눈도 안 뜨고 운다.


2. 아침이 되면 자기가 울었는지 기억을 못 한다.

아기 때는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서 몰랐었는데,

의사소통 가능할 때부터 줄곧 물어봤었다.


"연재야~, 너 어제 7번이나 소리 지르고 울었는데. 기억 안 나?"

"어? 내가? 내가 울었어?  모르겠는데. 엄마..."


이 녀석... 기억나는데 설마 안 난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3. 달랜다고 달래지지 않는다.

아이가 울 때 내가 달래다 안되면, 친정 엄마가 달래 봐도 소용없었다.

남편이 구미 사업장으로 발령이 나서, 시댁에서 먹고 자며 1년을 보낸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 시어머님이 달래도 시아버님이 달래도 전혀 들어 먹지 않았다.


그냥, 뭐 이런 xxx 같은 병이 있는지..

지금 이 글을 쓰다가도 그때 생각이 나서 울컥 ㅜ.ㅜ


낮에는 너무나 착하고 예쁜 아이인데, 아이한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아이가 말이다.

  



소아야경증의 원인?


야경증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고 한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나, 아이가 느끼는 기분 상태와 밀접하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꿈보다 해몽 같다는 느낌이다.  



우리 둘째는 왜 소아야경증에 걸렸나?


결론부터 고백하자면 나의 태교가 문제였다.  


신생아 시절부터 시작된 증상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는 결국 내 뱃속에서 시작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임신 5개월 정도가 되면서, 회사의 배려(?)가 아닌 나의 의지로 5시 반 칼퇴근을 했었다.

주중에는 첫째를 시댁에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퇴근 후 시간은 완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지금은 절대 꿈도 못 꿔볼 일이다.)

  

칼퇴근하여 집에만 있기 너무 심심해서 금촌 동네 번화가(?)를 쏘다니다 집에 가곤 했는데,

그때 내 눈에 포착된 것이 "부동산 공인중개사 학원" 이였다.


"음. 시간도 많은데,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이나 따 볼까?"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도무지 이해는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날 뭐에 홀린 듯 3개월치 학원 등록을 했고 퇴근 후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다.  

중간에 포기할까 고민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이왕 시작한 게 아까워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고쳐 먹은 뒤,

퇴근 후 7시부터 10시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 12시쯤에 잠드는 게 나의 태교가 되어 버렸다.  

(그때 남편은 뭐했냐? 궁금하실 테다. 그 당시 남편은 회사일이 너무 바빠 새벽 2~3시에 퇴근할 때였다.)


엄마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동화책 이야기가 아니라, 민법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태교한 우리 아들이다.



막달 한 달을 남겨두고 시험을 보았고, 다행히

1, 2차 동시 합격하여 #부동산자격증 을 취득했다. (장롱에 잠자고 있음)


그 당시 노트 필기한 공책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는데, 지독하게 한 것 같긴 하다.

(미안하다 아들아 ㅜ.ㅜ)


 



소아야경증을 겪었지만, 다행히 우리 둘째는 밝고 건강하게 자라 주었다.

(다만 키가 좀 작은 것이 맘에 걸리지만)


이기적인 워킹맘 엄마 때문에 소아야경증을 겪게 하여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런데.. 엄마, 아빠랑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7년이나 생고생한 거는 좀 알아줬으면 한다.

부동산 자격증과 맞바꾼 태교의 영향이 이렇게 클 줄 엄마도 그땐 몰랐으니까.


이런 일을 겪고 보니, 태교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태교 한다고 요란할 필요는 없지만,

'뱃속에 있는 아이의 평화로운 밤 시간은 꼭 보장해 주었야 한다'는 것을 예비맘들이 꼭 알아 두었으면 좋겠다.

셋째를 낳는다면 태교 엄청 잘할 자신 있는데, 이런,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래도 민법으로 태교한 우리 둘째~~

미래의 판사? 검사?를 꿈꿔보며 살며시 미소가 나온다.    


"아들~,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미안했어!!,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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