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 뜨면 제일 먼저 찾는 빈속 모닝커피 2. 출근, 노트북 부팅하는 사이 막간 커피 3. 아침 미팅 중 미팅 커피 4. 점심 먹기 30분 전, 식전 커피 5. 식후 졸릴 때, 필수 커피 6. 하루에 마시는 보통 양 평균 커피 7. 미치게 피곤한 날은 퇴근 전 마감 커피
어느새 회사에서 마시는 커피는 여섯 잔을 넘어 많을때는 행운의 칠을 찍고야 만다.가끔 나의 건강을 걱정할 때 하루 2잔으로 허벅지 꼬집으며 참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커피를 휘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커피를 내 돈 주고 사서 마셨다면 일곱 잔이나 마셨을까?'
좋다. 내가 하루에 마시는 커피를 평균 6잔이라 치고, 내친김에 계산을 한 번 해보자.
커피숍을 찾아가 한 달 4주를 주 5일 매일 6 잔씩 마시면 총 120잔이다.
한 달 4주 × 5일 × 6잔 = 총 120잔
커피 가격은? 어떤 커피숍에서 어떤 커피를 마시냐에 따라 다를 텐데, 기본적인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인터넷 검색해 보았다.(사 먹게 된다면 카페라떼가 마지노 일듯, 그 이상은 너무 비싸서.)
(각 매장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 Case-1] 매일 1잔을 마실 경우
[ Case-2] 매일 6잔을 마실 경우
나의 경우처럼 6잔을 마신다면, 이디야 커피 기준 아메리카노를 일년에 460만원, 카페라떼는 533만원을 마시고 있는 꼴이다. 스벅으로 한 등급 높여 마시면 600만원을 넘는다.
나도 모르는 새, 460만 원어치 커피를 회사에서 얻어 마시고 있었다.그래서 이리 오래(18년) 회사를 다닌 것일까?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대기업에 다니니 중소기업 대비 복지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공짜 커피의 공급 수단을 열거해 보겠다.
첫째, 차와 커피가 항상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다. 팀 경비 사정이 안 좋을 땐비어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떨어지지 않는다.연아 언니가 선전하는 달달한 믹스커피부터 공유 오빠가 선전하는 카*까지
둘째, 올초8층 휴게실에 커피머신이 설치되어 더 이상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를 직접 갈아 뽑아 내린 커피를 무한정 마실수 있다. 과테말라, 케냐, 아르헨티나 등 커피 원산지도 매일 바뀌며 세팅이 된다. 심지어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메뉴도 고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 커피머신이 생기면서마시는 커피의 양이 증가하였다.
셋째, 지하 1층에카페가 있는데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사서 마실수 있다.(물론 다른 음료도 많다) 사원증을 태깅해 적립된 돈에서 차감하는데 이도 사실 회사에서 주는 점심식대로 마시는 것이니, 엄밀히 얘기하면 회사가 사주는 것이다.
‘한 달 커피값 아끼면 얼마나 아끼겠어?
‘내가 마시고 싶을 때 사서 마시면 되지, 난 돈도 벌고 있잖아.’
나 같은 커피 쟁이들은이런 생각으로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 먹기 시작하면 일 년 500만 원은 후루룩 커피처럼 없어지기쉽상이다.
사실 난 공짜로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커피 쟁이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커피 6잔이나 마시는 건 다 회사 탓이다.
직장인을 뗀 주말엔커피를 얼마나 어떻게 마실까? 주 5일 길들여진 말초신경 덕분에 6잔은 아니지만 4잔 정도는 마신다. 코스트코에서 사다 둔 대용량 알 커피로 아메리카노를 제조하여 마신다.
코스트코에서 산 대용량 알커피(500g)
외출하는 경우는 커피를 타 보온병에 담고, 종이컵까지 준비해 마신다. 없던 치밀함이 주말에 튀어나오는 영락없는 짠돌이 주부로 180도 변신이다.
어찌 됐든, 커피숍에서 내 돈 주고 사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스타벅스는 카카오톡으로 쿠폰 받았을 때나 일 년에 두어 번 가볼 뿐.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 책이 있던데
'딱 1년만 커피 안 사 마시고 살아보기' 책이라도 내야겠다.(내가 찜함 콩콩)
회사에서 마신 공짜 커피 이야기를 쓰고 보니 조금많이 궁색해 보인다.현실에 안주하는 직장인을 두고 가마솥 안 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내 꼴이 개구리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 년에 460만원 공짜 커피 마시며,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도 모르고죽어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