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exandra the Twinkling Feb 24. 2017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십이

똥꼬 발랄 깨방정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똥똥이는 정말 오두방정, 깨방정, 깨발랄, 똥꼬 발랄 이런 단어는 바로 이런 고양이를 보고 하는 말이구나... 를 수십 번이나 되뇌게 하는 거지. 이놈의 똥똥이는 정말 눈치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고 혼을 내도 삐지는 것도 없고 오로지 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고 싶은 건 하고야 마는 그런 녀석이야. 한편으론 얄미운 녀석이란 거지!!! 지가 원하는 것(먹는 것, 노는 것)에 대한 학습능력은 200%, 지가 원치 않는 것에 대한 학습능력은 제로... 그냥 맹추 맹추!!! 아아 니,,, 이 녀석 머리가 좋았던 것인가 ㅋ 먹을 것을 앞에 둔다면 그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있으리라!!

이 아가들이 우리 집에 머무는 마지막 날까지 똥똥이는 이 고집 센 맹추 짓을 계속하더라. 어쩌면 나와 계속 못 살 것이란 걸 미리 알고 정을 떼려고 하는 거였던가. 

음... 내가 너무 애들을 과대평가하는 건가, 아님 과소평가하는 건가;


꼬리를 바짝 쳐들고 네 다리를 굽히지 않은 채 앞다리를 한껏 위로 치켜 올리며 껑충껑충 뛰는 모습이 얼마나 즐거워 보이는지... 노는 걸 보고 있으면 마냥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내가 다 즐겁지. 하지만 말을 안 듣기 시작하면... 후... 예를 들면, 우리 컴퓨터 책상 옆에는 책장으로도 쓰고 프린터와 필통 등을 올려놓은 또 하나의 책상이 있는데, 그 책상 위에는 디퓨저도 있고, 카메라도 올려져 있고 전선들도 많고 유리병도 있어서 고양이가 있는 방에는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책상인 거야. 아무래도 아가들이 어리고 그 책상 위로 올라갈 방법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엔 걱정을 하지 않았었고. 근데 아무래도 몇 주 지나고 고양이들이 자라면서 뒷다리에 힘이 생기니까 점프도 제법 높이까지도 하게 되었고, 드디어 간신히 의자 위로 올라가서 책상까지 넘보더라. 어떤 날은 방문을 열어보면 둘이서 의자 위에 올망졸망 붙어서 졸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 올라갔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걱정도 되지만 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차마 내려놓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ㅋ

그러다가 거기서 책상을 올라가는 빈도가 조금 높아지기 시작했어. 올라갈 때마다 나는 교육의 일관성을 보이겠다고 열심히 혼을 냈지. 안돼! 를 단호하게 저음으로 외치면서 내려놓았어. 쓰읍 하는 소리도 내고. 쫄보 땅콩은 안돼! 또는 쓰읍 하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귀를 눕히면서 자세를 낮추고 겁이 나서 쪼르르 도망가는데, 이놈의 똥똥이는...ㅠㅠ 빤히 나를 쳐다보는 거지. 아니면 아예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 위에 올려져 있는 것들을 치고 넘어뜨리며 놀고 있던가. 그도 아니면 쳐서 떨어뜨리기 놀이에 빠져있거나... ㅠㅠ 그거로 끝나면 얄밉지나 않지. 혼을 내면서 밑에다 내려놓으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도로 올라가는 거야. 내려놓으면 올라가고, 내려놓으면 올라가고, 또, 또, 또, 또, 내려놓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다가 내가 너무 울화가 치밀어서 콧등을 때리는 거지. 그러나... 절대 쫄지 않아. 내가 울컥하면서 딱밤 손가락을 해서 콧등을 뙇 튕겨주면 아파서 그제야 눈을 천천히 끔뻑 끔뻑하면서 땅콩 있는 곳이나 구석탱이로 똥무룩 해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데... 

훗, 그것 역시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아 정말 H양이 데리로 온다고 한 전날엔 얄미운 짓이 극에 달해서 정말 난 네 녀석과 살게 되지 않는 것이 참 다행이야! 이러고 승질을 냈다는 거지.

오두방정 깨발랄 깨방정 똥꼬발랄 이 모든 단어는 똥똥이를 위한 것!

희한하게도 언제나 땅콩은 비닐이 좋아도 그 안에 들어가서 오래 놀거나 앉아있거나 하지는 않아. 참시 부스럭 대다가 나와버려. 그 안에 들어있는 똥똥이를 갖고 노는걸 더 좋아해 ㅋ

사악한 땅콩은 똥똥이를 안에 밀어넣고 괴롭히는 것이 취미!

이 의자에도 못 올라오던 것들이... 자꾸만 의자 등판을 스크래처로 쓰고 깔아놓은 라텍스 방석을 잡아 뜯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의자에서 책상으로 뛰어올라가기 때문에, 의자를 원천 봉쇄하려고 요가 매트를 말아서 올려놨더니 ㅋㅋㅋ 뒷다리 힘이 조금 더 센 땅콩이 저 안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더라. ㅎㅎ 대체 저긴 어떻게 올라간 건지.. 저 안에서 조용히 자고 있어서 한참을 찾았더랬지.

의자등판을 자꾸 스크래처로 활용하시길래 요가매트로 막아놨더니!!! 여기도 아지트!!

쳐다보고 있으면 참 이쁘고 노는 걸 보고 있으면 너무나 귀엽고 갠적으로 흰 양말을 신은 턱시도라서 너무나 사랑스러워하는 코트이건만... 저 안에 사악한 악녀 있다?!?!?!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저 녀석이 나를 어디까지 열 받게 할 수 있는지... 정년 저 녀석은 천재가 아니란 말인가...

똥똥이의 프로필영상이랄까. 똥똥이의 인생비디오가 될듯!


마냥 귀엽고 마냥 이쁘지만 그리고 또 마냥 사악하지만, 이 모습을 잘 지켜주면서 천수를 다할 때까지 지켜봐 줄 수 있는 인연을 만난다는 건 또 다른 일이겠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데 그 많은 고양이들이 주인을 찾아가는 걸 보면 인연이 닿거나 끊기는 걸 보면 너무나 신기한 거 있지? 

포인핸드, 또는 고양이 카페나 여타 많은 사이트들을 보면 샵에서 분양받는 사람, 가정에서 분양받는 사람, 지인에게서 분양받아오는 사람, 혹은 본인이 집접 구조를 하는 사람, 구조받은 고양이를 분양받은 사람 등... 별의별 기상 천 외한 묘연들이 많더라고. 어제까지는 길에서 살며 추위와 배고픔과 혹은 신체적 고통과 싸우던 아이들이 오늘은 입양자를 만나서 정말 묘생 역전을 하거나, 금지옥엽 귀한 고양이 대접을 받으며 살다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쳐져서 뭉친 털과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길냥이로 전락하거나... 사연들도 엄청나게 많고. 그 많은 고양이들이 모두 하나하나 사연이 있다는 것조차 신기하고. 

요 꼬물거리는 것들이 대체 뭐라고 요 두 녀석이 잠시 우리 집에 머무는 사이 길거리의 고양이들도, 누군가의 고양이들도,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모두 모두 각별하고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걸 그래서 그 사연이 궁금해지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고양이를 단 하루라도 길러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야. 난 이미 이 짧은 기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거지...; 예전엔 왜 몰랐을까?


응.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거야.


-

매거진의 이전글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십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