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갈 준비(심쿵 주의보)
이제 곧 아가들의 임보 기간은 끝나가는데 분양의 압박이...
어떻게 어디에다가 분양 홍보(?)를 할 것이며, 입양하려는 사람에게 어떤 것들을 요구해야 할 것이며(이동장을 가져오라던가, 직접 오시라던가, 우리가 직접 데려다줄 것이라던가.. 등), 입양하려는 분이 아가들을 얼마나 잘 보살펴 줄 사람인지 당최 우리가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정말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폭풍우처럼 휩쓸고 다니는 거야. 단호하고 강력하게 제대로 안 보살펴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밀어붙일 것인지 착하고 순한 자세로 그저 이뻐해 주십시오 할 것인지 머리가 지끈지끈 ㅎㅎ
물론 내 일이 아닌데도 이젠 내 일이 되어버린 거야. 아가들하고 너무나 정이 들어버려서. 더군다나 똥똥이는 약간 무녀리인 것 같아서 비실 비실대고 콧속이 너무 좁은 건지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건지 코로 숨 쉴 때 씽씽 소리도 나는데. 모자란 것이 정말 이쁨 받고 잘 자라줄 수 있는 건지. 땅콩은 장이 너무나 심하게 민감해서 걸핏하면 물똥 발사하는데, 과연 그에 대한 조치를 잘 해줄 수 있는 집사를 만날 수 있는 건지. 혹시나 이런 문제로 파양 당하는 건 아닌지.
아직 닥친 일도 아닌데 이미 가슴속엔 엄청난 실이 엉키고 엉켜서 풀기 힘들어진 것 같은 답답함이 들어앉아버린 거야.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서 분양글들을을 읽고 댓글들을 읽고 해봐도 분양 간지 얼마 못 가서 파양 온 애들이 자꾸 보이고, 고양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분께 분양 보내서 애기를 아프게 만들어놓고 그걸 방치하다가 분양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아픈 애를 분양했냐고 도리어 뒤집어 씌우며 보상을 해달라는 적반하장인 이야기도 읽었고, 분양받은 사람이 애를 잃어버렸는데 그 사실을 뒤늦게 분양자가 알아채서 속상해 죽겠단 사연도 보이고, 못 키우겠다고 몰래 다른 곳에 파양 보내 놓고 원 분양자에겐 잘 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다 꼬리가 잡힌 사람들도 보이고, 심지어 애지중지 키우다 분양 보냈더니 성격파탄자한테 잘못 보내서 애를 심하게 학대한걸 뒤늦게야 알아냈고, 함께 분양 보낸 다른 아이는 이미 학대로 인해 무지개다리를 건넜더라는 얘기까지 있어 난리가 나 있더라고. 마음만 뒤숭숭해지고. 입양자에 대해 미리 파악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입양자와 분양자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물학대나 학대 방조에 관한 강력한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태만히 할 경우 제재할 방법도 없잖아.
아 이거 정말 더 답답해졌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의식 수준은 후진국인 거지? 아니,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 수준이 후진국인 거겠지. 그러니 마땅한 기관도, 법률도, 제재도 없는 거잖아. 후...
갑자기 그 생각이 났어. 십수 년 전에 아는 분이 미국의 어느 캐터리에서 고양이를 입양하는데 질문하고 답하는데만 약 세 달이 걸렸고, 결국 집사 자격에 합격(??)해서 그 캐터리 주인분이 자기 아가가 앞으로 평생 살 곳인데 직접 봐야 한다면서 고양이를 직접 데리고 한국까지 오셨더라는... 거기다가 되팔거나 할까 봐 혈통서 발급을 1년 후에 해주셨다고 ㅎㅎㅎ 지금은 한국사람들이 해외에서 하도 입양을 많이 하니 그 정도까지 까탈을 떠는 캐터리들은 없는 것 같지만, 십몇 년 전엔 한국은 애완견을 먹는 나라라는 인상이 강해서 해외에서 한국으로 분양하는걸 많이 꺼려했다고 하더라.
각설하고,
이 녀석들 심쿵을 부르는 개냥이 오브 베스트 개냥이들로 나날이 발전 중이지!
이건 염장샷?ㅎㅎㅎ
한놈은 어깨 위에서, 또 한놈은 무릎에서 서라운드로 골골송을 부르면서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데 ㅎㅎㅎ 똥똥인 약간 맹추맹추해서 이름을 불러도 그것이 이름이냐 먹는 거냐 하는데, 땅콩은 벌써 부르면 반응을 보이니까 신기하고 재밌어. 이렇게 내 몸에서 재우고, 내 몸 위에서 놀게 한 애들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좋은 집사를 만나게 해주지 못한 그 죄책감은 그냥 그렇게 끝나지 못할 것 같은 거지. 찾아가서 난 해코지를 할 것 같아;;
놀 때도 얼마나 둘이 올망졸망 귀여운지... 비닐 하나 던져줘도, 종이 쇼핑백 하나 놔줘도 티격태격 꼬물꼬물 내 심장을 무차별 폭격하는 테러냥들이야.
오전에 한참을 비닐에서 놀고, 또 쇼핑백에서 놀다가 낮잠 잘 시간이 되어서
평화로운 오후... 가 시작되었어.
얼마나 그루밍 삼매경에 빠졌는지 ㅋㅋㅋㅋ 애 얼굴을 끌어안고 애 위에 올라타서;;; 아주 그냥 ㅋㅋㅋㅋ 젤리 색깔이 팥죽과 딸기 라테가 적절히 섞여 얼룩덜룩한 게 너무 귀여워서 한 발씩 들어 보는데도 개의치 않고 나는 그루밍을 하겠다고 꿋꿋하게.. 똥똥이 얼굴이 양탄자인 줄. 바닥 무늬인 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좀 애가 불편해 보여서 안타까운데, 무겁진 않니 똥똥아???
그럼 그렇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 좀 자게 내버려 두라고!! 무거워 죽겠다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그루밍을 했는데!!! 고마운 줄 모르고!!!
니 혓바닥 까끌거려 아프단 말이야!!!
누굴 위해 내가 이렇게 헤어볼을 무릅쓰고 하는 건데! 다 너 깨끗해지라고 하는 거잖아!!
이렇게 과한 그루밍은 ㅋㅋㅋㅋ 언제나 끝이 좋지 못해ㅋㅋㅋ
사랑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