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o sprach Zarathustra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리하르트 슈트라우스

by Jinny


Also sprach Zarathustra Op.30 (1896) - Richard Strauss

Sep 28, 2025

Oregon Symphony, David Danzmayr

신은 죽었다.

라고 산에서 내려온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니체의 소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작년부터터 몇 번의 시도로 다 읽어 보려 했으나 여전히 끝내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철학적 해석과 종교에 대한 비판이 어우러져 흥미롭지만 쉽지 않은 이 책을 니체는 1892년에 발간하였는데 그 이후 이 책에대한 내용을 풀이하고 설명하는 여러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니체라는 독일의 대단한 철학자만큼 어마무시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독일에서 1864년에 뮌헨에서 태어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는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서 들으면 심금을 울리는 그런 음악을 많이 작곡하였다. 왈츠를 많이 작곡한 요한 슈트라우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리하르트는호른연주가였던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음악교육을 잘 받을 수 있었고, 나치의 통치에 불안했던 독일에서 85세까지 살며 많은 곡들을 남겼다. (추후에 그의 곡들을 보면 호른과 소프라노를 편애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호른연주자이고, 아내가 소프라노 였기 때문인 듯..)

대학생 시절의 슈트라우스는 철학 강의를 듣고 쇼펜하우어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고, 니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30대에 들어서며 니체의 이 소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읽게 되고 약 6개월만에 동일 제목의 교향시를 작곡한 후, 본인이 지휘하며 초연을 하였다. 9개의 장으로 구성된 약 30분 가량의 이 곡은 4부로 구성된 소설의 장들의 이름에서 그대로 따 왔다.

여기까지 보면 세상 지루한 것 같은 이 곡은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이 한 번 들으면 다 “아~ 이 곡!”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곡이다. 어디선가 한번쯤 꼭 들어봤을, 이 곡의 도입부는 스탠리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프닝으로 쓰이면서 매우 유명해졌고, 한국에서는 광고음악으로도 여러번 쓰여서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아주 저음의 오르간이 들릴듯 말듯 시작을 하면 곧 트럼펫의 솔로가 장엄하게 등장하는데 바로 전체 오케스트라의 짧은 코드 연주와 팀파니의 웅장한 연출로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린다. 이렇게 약 2분이 채 되지 않는 1장 해돋이의 어마어마한 임팩트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소개해 준다. (슈트라우스는 의도한 적 없겠지만, 스페이스 오딧세이 영화때문인지 이 부분을 들을 때마다 우주가 떠오른 건 어쩔 수 없다.) 2장으로 넘어가면서는 본격적인 후기낭만주의 작곡가다운 매우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데, 일반적 교향곡의 형식이 아닌 “교향시”로써 작곡한만큼, 멜로디에서 펼쳐지는 서사가 니체가 풀어낸 철학을 음악으로 담아내고자 한 것 같기도 하다.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작품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초인사상”-인간이 갖가지 단계를 거쳐 초인에 이르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즉, 이야기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상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 전에는 없었던 매우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관악기가 주제음을 종종 연주하며 돋보이지만 현악기, 특히 바이올린과 첼로의 솔로연주가 감동적이고, 후반부의 춤의노래 에서는 거의 바이올린 협연에 가까운 솔로연주가 등장한다. 오레곤심포니의 연주에서는 악장님의 바이올린 소리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다. 팀파니 및 각종 타악기 소리도 클라이막스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었고, 종소리와 함께 음악은 서서히 사그러지듯 마무리 되어가는데, 가장 마지막은 베이스의 피치카토로 끝이 난다. 보통 관객들은 끝났나? 하며 약간의 눈치를 보다가 박수를 치게된다.


이름부터 어려운 철학소설의 동일제목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곡의 전개가 이어짐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곡을 듣고 여러 관객들이 산에서 내려온 그 초인은 이러이러한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게 아닐까 라고 나름의 생각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을 작곡하기 바로 직전,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Op.28” 이라는 교향시를 작곡했는데 (이 곡 또한 이름이 길지만, 제목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는 곡) 개인적으로 미묘하게 비슷한 점들이 있다고 느꼈는데, 두 곡을 들으며며 슈트라우스 음악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도 추천한다. 뭔가 가벼운 멜로디가 등장하다가도 바그너처럼 묵직한 면이 함께 있는 것이 슈트라우스 음악 같다는 비전문가의 느낌적느낌. 여담으로 얼마 전 갓경규 유투브 채널에 무려 경규옹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풍월당의 박종호 선생님이 출연하셨는데 (내사랑 풍월당) 거기에 있는 까페 이름이 로젠 카발리에(Rosenkavalier) = 장미의 기사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어렵게 시간내어 겨우 찾아갔었는데 까페는 구경도 못하고 와서 다음에 간다면 꼭 가봐야겠다. 그리고 갓경규 유튜브의 인트로 음악이 바로 이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 말했다] 라고 박종호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역시 세상은 알수록 더 보이고, 더 들리는 법이다.


오늘 연주된 3 곡 중 첫 곡은 PYP의 Wind Ensemble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지안 카를로 선생님 (Giancarlo Castro D’Addona)의 Encuentro Obertura Festiva였다. 현재 최고의 지휘자 중 하나인 구스타보 두다멜의 영뮤지션 Encuentros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되었고, 중간에 지휘자가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며 교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곡이었다. 두번째 곡은 또한 다 한번 쯤 들어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러시아 신동 출신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Alexander Malofeev)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다. 키가 그렇게 큰편은 아닌 것 같았는데 다리가 정말 길고, 당연히 손가락도 엄청 길었다. 유명한 카덴자와 옥타브 도약에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너무 자연스럽게 해서 하나도 안 어려운 곡을 치고 있는 것 같은 속임수를 보여주었다… 영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 답게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했다. 스타인웨이가 아닌 야마하피아노로 쳐서 좀 의외였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리사이틀로 다시 들어보고 싶은 연주자이다.


어려운 음악 들으러 함께 가 준 남편과 딸아이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25-26 시즌의 첫 음악회 감상문도 이렇게 짧게나마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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