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 너무도 행복했었다.
꾸깃꾸깃 말아 구석에 몰래 쳐 박아 넣어놨던 마음속 어둠이 걷히고 빛으로 채워지던, 환~한 기쁨들이 얼마나 좋던지!
그 기쁨에 취해, 그에게 뚜벅뚜벅 걸어가 조금의 틈도 없이 함께 있고 싶었다.
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모든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면 오랫동안 이유를 알 수도 없고 메울 수도 없었던, 마음 한 구석 텅 빈 구멍이 빛으로 가득 차 없어질 것도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슬며시 우리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한 발자국 물러서는 것을 느꼈다.
왜 나한테서 멀어지려 하는 것인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난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난 그가 물러서려 하면 다시 다가갔고, 그는 또다시 한 걸음 물러났다.
몇 번을 그렇게 다가가고 멀어지면서 아픈 울음 끝에 깨달았다.
타인과는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거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없다.
각각 하나의 나무가 되어 서로의 햇빛을 가리지 않고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거리에서 함께해야 푸르게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난 엄마가 되었다.
타인과는 절대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아기는 처음부터 나와 하나였다.
시작부터 나와 함께였고, 이후 모든 시간을 공유했다.
아기가 뱃속에서 움직이는 것을 처음 느꼈을 때의 희열이라니!
아기는 그렇게 나의 하나 됨의 욕구를 처음으로 채워주었다.
태어난 후에도 아기는 나와 조금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울었고, 내가 어딜 가든 함께 하려 했다.
내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은 힘들었지만, 타인과의 거리를 인정하기까지 흘렸던 아픈 눈물들을 아기가 위로해 주는 느낌은 너무도 충만했다.
그랬던 나의 아기가, 나와 하나였던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조금씩 조금씩 나를 떠나 탐험을 시작했다.
조금씩 더 멀리까지 가보는 아기를 바라보며 대견함과 서운함이 섞여 마음이 복잡했다.
언제까지고 내 옆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내게서 거리를 만들 줄이야.
그렇지만 누군가와 오래 함께하려면 반드시 거리가 필요함을 이젠 알기에 아기의 발걸음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기로 결심했다.
내 몸에 붙어 자라던 작은 새싹을 내 옆으로 옮겨 심어준다.
새싹이 자라 작은 나무가 되어 햇빛이 더 필요하면 한 걸음 더 물러나 줄 것이다.
아이에게 쏟아지는 햇빛을 가리기 않고, 불어오는 바람을 막지 않으려면 나와 아이 사이에도 점점 더 거리가 필요함을 기쁘게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야 아이는 나보다 큰 나무가 되어 내 옆에 오래도록 함께 해 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