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어려움

by 수영

갑자기 글 쓰는 것이 힘들다.

얇게 대충 잘도 써댔는데.

겨자씨 한 알도 심지 못할 깊이로 그저 써 댔던 게 슬슬 부끄럽다.


쓰기 힘들어서 미루는 건지, 미루다 보니 쓰기 힘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30분이 남았을 때까지 미루고 또 미뤘다.

바빠서 어쩔 수 없던 것도 아닌데 한 줄 쓰다 닫아버리고 또다시 켜서 한 줄 쓰고는 닫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써서 '화요일에는 에세이를 한 편 올린다'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은가, 못 쓰겠으니 그냥 미룰까를 한참 고민하다가 다시 키보드를 켜고 앉았다.


깊이 없는 마음에 조금은 깊이가 생길까 해서, 날마다 똑같은 일상에 의미와 감사를 더할 수 있을까 해서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쓰다 보니 자꾸 부끄러워진다.

물 위의 기름처럼 붕붕 뜬 단어들이 본질로 스며들지 못하고 부유한다.

깊이가 내게 없으면, 깊이에의 사모함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평안함만을 쫒는 이 마음은 의지도 열정도 없다.


그럼에도 쓰는 것은 옳은가.

고민에 빠졌다가 답을 얻기 전까지는 일단 써보기로 한다.

여기서 그만두면 답은 영영 찾지 못할 테니.

쓰다 보면 깊이가 생기는 것인지, 빈약한 내 마음만 끊임없이 들키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느 날은 알게 될까 싶어 다시 써본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지만 글쓰기가 날 데려갈 곳이 있을까 싶어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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