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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중인간 Jul 19. 2020

두 발 달린 건 다 좋아

이륜차 유목민의 오두바이 정착기

가장 타고싶은건 처음부터 오토바이였다. 하지만 키도, 체구도 작은 내게는 커다란 오토바이가 처음부터 장벽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별것 아닌데도 운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두려움이 크게 앞섰다.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가 확실하게 만만하니,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기로 했다. 우리집은 상당히 높은 언덕에 있어서 나에게 옵션은 '무조건 전기자전거!' 였는데 이녀석을 8개월 가량 타보니 상당히 높은 오르막도 잘 올라가는, 생각보다 효율이 좋은 물건이었다. 내가 타고다녔던 자전거는 알톤니모FD 19년식 모델로 중고장터에서 70만원 좀 안되는 가격으로 구매했었다. 폴딩도 가능하고 배터리 탈부착 방식이라 어쩔수없이 자전거를 집 밖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 나로서는 욕구를 딱 만족시키는 자전거였다.


1. 전기자전거 

내돈내산 첫자전거 따릉이

#장점

친환경적이고 유지비가 들지 않는 최고의 이동수단이 아닐까? 물론 본격적으로 사이클을 취미활동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지만 나처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서만 자전거를 고려했을 때 이처럼 경제적인 수단이 또 없을 것이다. 주차 편하고 주말에는 지하철까지 태워서 갈 수 있는 효자물건. 동네 다닐때는 자전거 만큼 좋은 이동수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니모FD 전기자전거는 크기가 작아서 실내에도 들고갈 수 있고, 스로틀 방식이 아닌 pas 방식으로 구동되어서 자전거전용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다. pas 방식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힘을 더 실어줘서 다리에 힘을 크게 주지 않아도 바퀴가 잘 굴러가는 방식이고, 스로틀 방식은 스쿠터와 마찬가지로 모터 동력 자체의 힘으로 굴러가는 방식이다. 내가 탔던 모델은 최고속도가 20km/h 로 제한이 되어 있어 그 이상 밟아도 속도는 더 높아지지 않는다. 

#단점

딱 동네 마실용이다. 배터리 완충을 하더라도 모터를 계속 켜놓고 달리면 배터리가 금방 방전이 된다. 자가발전 방식이 아니라서 먼곳으로 나갈때는 묵묵히 튼튼한 허벅지를 재물삼아 묵묵히 페달을 굴리거나 배터리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자전거가 있으면 한강도 자주 달리고 교외지역도 나갈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왜 사이클 하는 사람들이 허벅지와 종아리가 항상 벌크업 되어있는지 그들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언더본 바이크

언더본 장수생 시티백 부릉이~

전기자전거를 8개월 정도 굴리고 그녀석을 다시 중고장터로 보낼때는 내 자식을 떠나보내는 느낌이었다. 거의 매일 타고 다니던 자전거여서 거의 반려 아이템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던 내 자전거.. 이후 나는 친구가 타던 04년식 시티백(citi100) 오토바이를 인수하게 되었다. 2종 소형 면허를 갖고 있지만 선뜻 매뉴얼 바이크를 타기엔 겁부터 났기 때문에 언더본으로 주행감을 좀 익힌 후 기변을 하기로했다. 

#장점

편..편하다! 처음엔 기어변속을 어떤 타이밍에 해야할지 몰라서 시동을 몇번 꺼뜨려먹기도 했지만 초보자도 30분정도 연습하면 도로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오토바이였다. 쉽고 속력이 잘 나가니 배달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배달용으로 이만한 이륜차가 또 없을 것이다. 물론 친구의 오토바이는 무려 04년식으로 둔탁한 엔진소리와 저단에서의 엄청난 꿀렁거림이 가히 만족할만한 승차감을 보장해주진 않았지만 두 달 정도 타고 다니면서 언더본의 매력을 알 수 있었다. 조작이 쉽고, 물건을 많이 적재할 수 있고(커브로 의자 옮기는 사람까지봤다..), 차체가 가벼워 부담이 없고, 생각보다 속도도 꽤 괜찮게 나간다. 나는 80km/h 까지 달려봤지만 90km/h 이상도 가능하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비 최고!

#단점

언더본 바이크 자체의 단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굳이 단점이라고 한다면 배달 오토바이로 취급되는 외부인들의 시선 정도인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실정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도로에서도 사람들이 철저한 강약약강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저배기량 언더본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대상은 쉽게 추월과 보복운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여성으로 패싱되는 라이더가 저배기량 언더본을 타고 있다? 도로에서는 쉽게 위협 운전을 당하는 대상이 된다. 나조차도 운전할 때 거칠게 내 앞에 끼어들거나 경적을 울리는 차들을 많이 봐왔다.


3.125cc 일반 바이크  

천년만년 굴러갈 수 있을 것 같은 지애니

안타깝게도 지금 내 바이크는 전주인에게서 인수하자마자 사고가 나서 한달 넘게 정비소에 있다. 코로나 때문에 부품수급이 빨리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한 달이 넘게 정비소에 있어서 제대로 타고다녀 본적은 없다. 대신 반려인이 타고 다니는 같은 모델의 바이크를 출퇴근용으로 타고다니는 중인데 확실히 이전에 타고다니던 시티백보다 승차감 좋고, 핸들조향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차체는 언더본보다는 조금 무겁지만 그래도 다른 바이크에 비해서 가벼운편이다. 아직 본격적인 도로주행을 해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긴 어렵긴 하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맨처음 오토바이 연습할 때 썼던 바이크가 지금 사진으로 올린 suzuki gn125-2f 모델인데 처음 연습할 때는 정말 뻥안치고 200번 넘게 시동을 꺼먹었던 것 같다. 클러치 놓는 타이밍도 모르겠고 스로틀 개방이 무서워서 스로틀을 거의 개방하지 못했던 탓에 자꾸 넘어지고 시동을 꺼먹어서 울분에 찼던 기억이 난다. 근데 참 신기하게도 한두번 정도 성공해보니 그 이후에는 운전이 매우 쉬워졌다. 생각만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은 더욱 큰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걸 이륜차 유목민 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자전거부터 언더본, 저배기량 오토바이까지 두발달린 차들을 단계별로 거쳐오면서 이동의 반경이 넓어진 것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크고, 자신감이 생겼다. 아마 다음 단계는 쿼터-미들급 바이크로 넘어가겠지만 급하게 갈 수는 없을 것 같고(총알이 더 필요하다!) 지금 바이크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좀 더 붙으면 가능할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것처럼, 사실 한번 해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 인생엔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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