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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Dec 16. 2022

[손글씨클럽] 면세점 여자들 / 1. 출발선

*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10월. 뉴욕. 대학생때 영어를 거의 못하는 친구와 유럽여행을 가서 대판 싸우고 난뒤 다시는 이런 여행은 하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되풀이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자명한 일이었는데도, 여행을 선택한 내가 아니라 영어를 못하는 언니를 원망했다. 말이 안되니 어디를 가는 것도 계산을 하는것도 모두다 내 몫이 되자 나는 금새 지쳤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더욱 녹록치 않은 시간들의 연속이였다.

 이대로는 계속 여행할 기분도 기운도 나지않아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그때 처음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전공이 뭐야?"


 입사해서부터 주욱 알고지낸 세월만 5,6년이 되었는데도, 뉴욕 여행까지 같이 올 정도로 친했는데도 나는 언니에 대해서 아는게 많이 없었다. 물어볼 생각도 안했던 이유는 다른 공채 선배 언니들은 꼬박 꼬박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언니에게는 그냥 처음부터 '언니'라고 불렀던 것과 같았다.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학교가 아닌 전공부터 물은 것은 그나마 배려한답시고 나온 말이였을까. 내 질문에 언니는 당황해 하며 울컥했다. 금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누구때문인지 모르게 생겨난 그것. 질문을 하는 사람도 질문을 받는 사람도 꺼려지는 그것.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차려진 그것. 그런데 그 말을 내뱉게 된 것은 뉴욕에서 영어 한마디 하지 않는 언니를 향한 답답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왜 나는 그 방법을 택했을까. 이렇게 영어를 핑계로 나에게 모든것을 미루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였다면 여행은 왜 온거냐고 화를 내는 대신. 솔직히 말하자면 멸시는 아니였을까.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마음이 그 틈을 타 펑하고 터진 것이다. 그렇게 터뜨리지 않았어도 여행의 분위기를 만회할 방법은 많았을텐데. 깨지지 않아도 괜찮았을텐데.


 2년. 차이는 그 뿐이었다. 2년제와 4년제 대학을 나온 차이. 그것으로 누구는 언니가 되고 누구는 선배님이 되었다. 나는 언니의 지난 세월을 알 길이 없었고 경험할 수도 없었고 언니의 세월이 아무리 쌓여도 나는 그 앞에 있을 터였다. 우리는 출발선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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