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마케팅팀, 정확히 말하자면 '영업기획담당' 이였다. 발령을 받아 처음 출근한 날, 팀장이 물었다. "왜 마케팅팀에 지원했니?" 사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일할때 외국어를 쓰고 싶어서 1지망도 MD, 2지망도 MD 였는데 인사팀장이 그렇게 발령을 내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이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니?" 였는데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앞으로 알아가 보겠다,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둘러대고 답변을 마쳤다.
담당별 매니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마주앉은 두 줄이 한 담당을 이루고 있었다. 네 명씩 꽉 채운 두줄의 제일 마지막이 내 자리였다. 매니저로부터는 가장 멀고 복도에서는 제일 가까운 그 자리가 내 위치와 입장을 말해주고 있었다.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나였다. 언니가 필요한 사무용품을 알려달라고 말을 걸기 전까지는.
언니는 나와 등을 마주대고 다른 줄에 앉았다. 우리팀 소속이지만 같은 줄에 앉지도 않았고 밥도 같이 안먹었다. 그게 너무 이상했다. 점심 약속을 잡는 일도 많았지만, 다같이 우르르 점심가자고 나갈 때도 언니는 항상 따로였다. 나중에 언니랑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왜 다른 팀원들이랑 밥을 같이 먹지 않냐고 물어본적이 있었는데, 항상 그래왔다고 했다. 그에 덧붙여 '불편하다'고도 했다.
회사에서 한 사람이 일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게 필요하다. 앉을 책상과 의자부터 시작해 PC 액세서리, 휴지통, 필기도구, 쓰레기통 등등. 필요한 사무용품을 챙기고 간식거리를 사고 법인카드로 긁어댄 밥값, 술값을 정산하는 일 모두가 언니의 일에 포함되어 있었다. 각 담당마다 한 명씩 그 일들을 맡아야 했는데 언니는 팀장몫까지 처리해야 했으므로 다른 사람들보다 일이 많았다. 나중엔 '지원사원'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직 사원들이 하게되는 그 일을 10여년간 경력을 쌓은 언니는 몇 년동안 계속했다. 그리고 소속팀 자리의 맨 끝도 아닌, 밖에 앉아 일했다. 신입사원이 들어와 내가 더이상 언니와 등을 마주하게 되지 않았을 때도 언니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