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른 부분에 대하여
나의 남편은 첫째 아들이다.
그리고 나는 둘째 딸이다.
이 차이로 드러나는 행동의 다름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물론 이는 그냥 우리끼리 한 이야기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내용은 아닐 수 있음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첫째로 태어난 남편은 부모가 처음인 부모의 기대와 관심을 좋든 싫든 100% 받으며 자랐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높은 기준과 책임감이 삶에 자리를 잡은 듯해 보였다. 나의 언니 또한 첫째로서의 고충을 많이 이야기해 준 적이 있어,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둘째는 보통 첫째에게 건 기대와 향했던 관심의 50%를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첫째가 혼나는 것을 지켜보며 눈치껏 칭찬받을 일들을 찾는다. 본인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밀고 고집부리는 첫째를 보며 "나는 유연하게 상황에 맞춰 행동해야겠다"라고 다짐하곤 한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부모와 가족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 첫째와 둘째는 이에 따라 매우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되었을 수도 있다. (태어난 순서뿐만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서의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해 볼 것이다.)
남편의 확고한 결단력은 우유부단한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결혼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엄청난 실행력에 이끌려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남편의 행동으로 확실히 보이는 부분이었고, 부지런한 성향과도 맞물려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이런 아들을 두면 듬직하고 믿을만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부모님을 보면 남편이 하는 일에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많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너라면 잘하겠지.
하지만 나는 여기서 살짝 괴리감을 느꼈다.
어찌 보면 아직 잘 모르셨을 나를 포함해서도 이러한 신뢰를 표현하시는 것이다.
그래, '너희'라면 잘하겠지.
난 이 말이 참 신기했다.
남편이 얼마나 시부모님에게 믿음직스러운지, 그리고 시부모님의 멋진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던 반면, 뭔가 친정 부모님이 생각났다. 살면서 부모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안 해준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확실히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하시는 듯 표현하실 때가 있었다.
다만 나도 부모님에게 인생을 살면서 생각보다 많은 의지를 하곤 했다. 하루하루 사소한 문제나 해프닝에 대해서 엄마와 수다를 떨기도 했고, 돈 관련이나 정치사회 이슈 등 논의할 부분은 항상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편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부모님이 나보다 30년 이상을 사셨고, 훨씬 현명하시니까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유가 있지만, 부모님도 계속 듣다 보면 '얘는 뭐 이런 걸 다 물어보고 그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남편은 처부모님이 강하게 표현하실 때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주셔서 좋다고 표현했다. 부모님이 이렇게 신경 쓰는 것은 그냥 부모님의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둘째이기 때문에, 좀 더 불안하고 알려주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도 생겼고, 첫째와 둘째에 대한 다름도 충분히 생각해서 부모님에게 조언을 찾기보다 나의 새로운 가족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둘이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부모님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론 물어보긴 하지만, 왠지 부모님께 연락드리는 게 뜸해진 기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이 서운해하시진 않기를, 둘만의 더 여유로워진 삶을 즐기시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