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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획형 인간과 자율형 인간

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by Jinny C

이번 이야기는 요새 많이 알려진 MBTI의 마지막 글자인 J와 P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심리학적인 배경에는 뭔가 더 복잡한 내용이 있겠지만은, 흔히들 J는 계획적이고 P는 유연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영어 뜻을 따지자면 J는 Judging, 즉 판단을 하는 사람이고, P는 Perceiving, 즉 인식하여 이해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이 두 가지 면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행동을 보이는데, 본인의 주된 성향이 어느 쪽인지, J의 행동을 더 보이는지 P의 행동을 더 보이는 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나는 좀 더 P인 사람이다.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변함없이 P가 나왔다.

남편은 반대로 J인 사람이다. 이런 반대의 성향을 가진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도 어플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그나마 남편 따라 맘에 들었던 몇 군데를 저장했지만, 남편은 우리가 갔던 장소, 가고 싶은 장소, 먹고 싶은 식당, 마시고 싶은 카페 등등 다양하게 저장해 놓았다. 덕분에 우린 어딜 가든 가고 싶은 맛집이 있는 것 같다.

나와 남편의 지도 어플 화면만 봐도 참 다르다.


집 안에서의 생활에서도 많은 다른 점이 보인다.

----------- 남편 : J -----------
Making Things as They Ought to Be
마땅히 있어야 할 대로 만든다

남편은 정돈된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나도 깔끔하게 청소된 방이나 설거지 없는 싱크대를 보면 좋지만, 남편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주방에서도...

"반찬통에 김치 좀 더 빼놓을까요?"
"냉동실에 이건 버리죠."
"믹서기를 저기로 옮겨 놓는 건 어때요?"

안방에서도...

"아이 침대 이불 갈아줄까요?"
"저 트롤리는 다른 방에 넣어도 될 것 같아요."
"이 상자는 뭐예요?"

옷방에서도...

"스타일러에 넣을 옷들 더 있어요?"
"이제 겨울옷은 넣고 여름옷들로 빼야겠어요."
"버릴 옷 없으려나..."

거실에서도...

"이 액자는 어디에 두지..."
"아기 장난감 몇 개는 이제 치울까요?"
"강아지 방석 많이 안 쓰면 버릴까요?"

그는 항상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면 하고, 물건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들로 정리하곤 한다.


------------ 나 : P ------------
Figuring Things Out as They Go
진행하면서 상황을 파악한다

남편의 위 말들에 대한 나의 답은 거의 비슷하다.

"그럴까요?"
"그러게요..."
"좋아요!"

그리고 같이 정리하면서 아이디어를 더 낸다.

"냉동실에 오징어는 오늘 양배추랑 볶아 먹을까요?"
"아이 침대 뒤에 트롤리를 놓으면 어때요?"
"아예 책장을 좀 옮겨야 하나..."
"공청기 옆에 의자를 놓고 아기 장난감 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자주 써서 이쪽으로 옮겨놓으면 더 나을 듯해요."

사실 어떤 때는 괜히 더 과하게 일을 키울 때도 있다.

남편 입장에서는 정리되기보다 오히려 정리할 것들이 더 생겨버린 것일 수도 있다.

"와~ 이렇게 다 정리되니 좋네요!" '그냥 다 버려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우리는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 우당탕탕 우리들의 삶을 살아간다.

남편의 계획성과 나의 유연함은 서로를 답답하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서로가 갈피를 못 잡고 헤맬 때, 남편은 나에겐 참고선 같은 규칙을, 나는 남편에게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주는 것 같다.

답답했던 서로 다른 면이 알고 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결국엔 우리가 더 나은 부부이자 사람들이 되게끔 한다.

그래, 결국엔 다 감사한 일인 것이라며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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