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남편은 소위말해 '인싸(Insider)'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친구도 많고 외향적인 성격이다.
나는 그에 비해 '아싸(Outsider)'인 것 같다. 소수의 사이좋은 친구 몇 명도 결혼하면서 조금 소원해진 것 같고, 좀 내향적인 성격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인간관계에서 노력하는 정도가 다르다.
귀찮지만 먼저 연락하거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는 사람 말리지 않고 가는 사람 말리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이 있다.
이렇게 다른 둘이 바로 우리 남편과 나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좀 더 소극적인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사도 자주 하고 주변환경이 자주 바뀌었는데, 매번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기 힘들었는지, 그냥 조용하게 지내는 성격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반대로 남편은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라서 나랑 이렇게 다른 것일까 생각했었다.
요새 남편은 매달 지인의 결혼식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때는 한 달에 여러 개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지금이 다들 결혼하는 나이이긴 한데, 애초에 지인의 범위에서 차이도 있는 것 같고, 내 지인 중엔 결혼하는 사람이 적은 반면에 남편은 정말 많다.
인싸 남편을 두니 피곤한 부분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사실 남편의 인싸력(?)은 우리의 결혼식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 남편 친구들만으로 원판 사진을 두 번 나눠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결혼식 후에도 축의금을 낸 사람들을 정리해서 연락을 오랫동안 돌렸다고 했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안부 전화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의 영향이나 대학교 시절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었다. 친척이 선물을 주셨으면 전화드려 감사하다고 직접 말씀드린다거나, 선후배들에게 동창회 관련으로 연락을 돌린다거나 하면서 통화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성장배경이든, 개인적 성향이든, 가족의 영향이든, 남편과 나는 인간관계에서 노력하는 정도가 다르다.
우리의 평소 습관에서도 참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신기하게도 친정 부모님에게 남편이 더 자주 연락드리는 것 같다. 남편은 양가 부모님에게도 전화를 어려워하지 않고 생각나면 곧잘 하는 편인데, 나는 우리 부모님이든 시부모님이든 둘 다 연락을 자주 드리지 않는다. 친정 부모님께는 특히 결혼하고 나서 더 자주 안 드리게 되는 것 같다.
주말에 우리끼리 드라이브하다가 남편이 "장모님께도 연락드려볼까요?" 하면, 나는 "왜요?"라고 대답하며 회피한다.
잘 지내시는지, 밥은 드셨는지, 꽃구경은 가보셨는지, 주말에는 뭐 하셨는지, 이번에 같이 실치회를 같이 드시고 싶으신지, 나는 이렇게 살갑게 여쭤보고 대화를 나누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고 그쪽에서 날 찾지 않는 이상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기념일 등은 먼저 연락드리면서 챙겨드리지만, 그냥 생각나서 하는 일상적인 연락은 따로 노력을 해야 할 수 있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인간관계에서도 차이를 느낀다.
앞서 언급한 결혼식 참석 횟수도 그렇지만,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지인들도 대부분 남편의 친구들이다.
내 친구나 직장동료들도 가끔 왔지만, 남편의 친구는 여러 번 놀러 온 사람도 있다.
여기서 참고할 부분은, 우리 집은 서울에서 2~3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멀어서 지인들에게 놀러 오라 말하기 미안하다는 생각에 나는 초대를 많이 못하기도 했는데, 남편은 어떻게 말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맛있는 거 사 줄 테니 놀러 오라고 한다고 했다. 정말 이렇게 간단한 말인데 왜 나는 생각을 못 했을까?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맛있는 것을 사 줄 테니 날짜 잡고 놀라오라고 해봤다. 이렇게 나는 남편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같이 놀 것이다.
생각난 김에 또 한 번 남편 덕분에 오늘 부모님과도 통화해 봐야겠다.
인싸 남편을 두니 힘든 부분도, 재밌는 부분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