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남편과 나를 처음 소개해준 친구는 나와 남편의 말투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갑자기 겹쳐 보였는데 생각나서 나를 소개해줬다고 했었다.
친구의 혜안은 정확했고 난 처음 남편을 보고 정말 좋아했다.
어쩜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지?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고, 위트 있게 표현하고, 착하면서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명료하고 유쾌한 의사소통을 좋아하는 나에게 남편은 정말 매력만점이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표현이 있는 만큼,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화를 내면서 "네가 걱정돼서 그래!" 보다는 어깨를 토닥이면서 "네가 걱정돼서 그래"라고 들으면 다른 것이다.
남편과 나는 이런 표현법에서 서로 잘 맞았고, 고마움과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았던 부분에서도 좋았다. 뭐만 하면 "고마워요"라고, "덕분에 정말 좋다"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우리의 봄날과 같던 이런 관계는 육아를 하면서 바뀌었다. 슬슬 온도가 올라 짜증수치가 높아지는 여름처럼, 서로에게 여유가 없어지고 점점 서로가 고마움에 인색해질 무렵 우리는 싸우곤 했다.
그런 때 우리가 드는 생각은 '예전에 안 이랬던 이 사람이 왜 이러나'였다. 서로를 잘 배려해 주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당신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며 서운해한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여러 면이 있다. 즐거울 때 행복함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면, 힘들 때 오히려 입을 꾹 닫는 면, 싸웠으면 이야기하고 풀고 싶은 면, 그냥 혼자 있고 싶은 면, 답답하고 억울할 때 끝까지 지고 싶지 않은 면, 속에 화를 참다가 못 참고 확 터뜨리는 면.
우리가 서로의 비슷하거나 좋았던 면에 잠시 눈이 멀어 못 보았던 우리의 다른 면이다.
심지어는 비슷한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다른 면도 있었다.
신중하게 단어 선택을 하는 남편이 나처럼 당연히 명료한 의사소통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남편은 나와 또 달랐다. 우리가 A라는 문제가 생겨서 싸웠다면, 나는 지금 좀 더 부딪히더라도 그 상황을 같이 분석하고 다음에 A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을 마련하고 정리하고 싶은데, 남편은 그렇게 일일이 또다시 따지고 정리하는 건 마치 서로를 계속 나무라게 되고 감정적으로 스트레스인 것이다.
상황과 대화에 맞게 올바른 단어로 표현하는 것과 그 대화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또 다른 면이다. 그리고 이 것을 서로가 감정적일 때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내게는 당연했던 의사소통 방식들이 알고 보니 남편에게는 어렵고 이상한 방식이었다.
같이 산지 2년이 되어가며 점점 배려가 당연시되고, '너는 나, 나는 너'가 되면서 나는 남편을 애인이 아닌 또 다른 나처럼 편하게 대했다. 그도 나와 같다고 오해해서 일기장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쓰는 것처럼 남편에게도 가감 없이 다 표현해 버렸다. 아빠가 결혼 전에도 부부가 싸우는 대표적인 이유라며 말해주셨던 것이었다. 상대방이 나랑 같은 생각이라고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글을 쓰면서 뭔가 돌이켜보며 여러 가지로 반성도 했다. 남편은 내 편이지만, 여전히 남이고 내가 아니다. 나와는 다른 존재이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해 주고, 서로 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너무 편해져 버려 나만의 비밀일기처럼 대했다가는 서로 서운해질 수 있는 사이다. 오늘부터 또다시 좀 더 남편을 존중해 주겠다고 다짐한다.
근데 갑자기 남편이 오늘내일 이틀 연속 저녁회식을 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아니, 안 그랬던 사람이 왜 갑자기... 하하하... 역시, 부부의 생활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