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남녀의 언어와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해 정리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존 그레이의 유명한 저서가 있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표현 방식이나 행동이 얼마나 다르고,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나와있다.
나와 남편을 보면 많은 부분들은 책에서 말한 그대로 차이가 드러난다. 남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과 여자의 공감하는 습관이 한 예시다. 나는 내 감정에 대한 공감을 원하는데, 남편은 해결책을 생각하려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오히려 가끔은 남편이 금성에서 온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화성에서 온 것 같기도 한 것처럼 뒤바뀐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내가 봤을 때 남편은 매우 신중하고 섬세한 편이다. 본인의 노력에 의해 강화되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성향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관심도 많고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것 같다. 눈치도 빠르고 고마움이나 애정의 표현도 아낌없이 잘하는 편이다. 나도 표현은 잘 하지만 남편과 반대로 좀 둔하고 느린 편이다. 나의 인간관계에서도 외로움을 느낄지언정 잘 챙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누가 나에게 "나 오늘 좀 달라진 점 없어?"라고 물어보면 당황하면서 어디가 달라졌는지 찾아보지만 말해주기 전까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반대로 남편은 질문받기도 전부터 어디가 달라졌다고 먼저 말할 사람일 것 같다.
이렇게 섬세함과 타인에 대한 관심의 정도에서도 차이가 있겠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책에서는 화성인(남성)이 혼자 동굴에 들어가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다고 하고 금성인(여성)은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지지를 얻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우리 부부의 경우 반대가 되는 상황과 대화가 많이 있었다.
나는 조금 회피적인 성향도 있어서, 남편과 갈등이 있거나 싸우면 일단 입을 닫으려 한다. 괜히 감정적일 때 말을 더 했다가 서로 더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나의 감정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 상황의 자리를 피하고 싶고, 나만의 동굴을 찾아 조용히 혼자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피할 것이 아니라 같이 이야기해야 하지 않냐고 말하곤 한다. 어떤 때는 혼자 산책하면서 감정을 삭이고 싶어 나가려는데 자꾸 붙잡아서 베란다로 가서 혼자 있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이해 못 하고 더 싸우다가 나중에서야 감정을 가라앉히고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한다. 자주 싸우면 싸울수록 서로의 패턴도 보이고 학습하게 된다.
책에서 화성인과 금성인이 처음엔 한눈에 반하고 서로의 차이를 오히려 즐기다가 이후 기억을 잃고 서로의 다름에 지쳐 싸우는 것처럼, 우리도 처음엔 서로의 모습에 반했다가 나중에는 싸우게 된다. 대부분의 싸움은 서로 말의 내용에서보다 태도나 표현 방식에서 기분이 상하면서 시작된다. (누가 어디에서 왔건) 그래도 이렇게 서로 다른 화성과 금성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며 이야기하다 보면 자꾸 부딪히던 부분들도 서로 맞춰갈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 언급한 남자와 여자로서의 차이는 신기하게도 육아로 넘어가면 또 달라지는 것 같다.
아이를 대하는 아빠와 엄마로서 우리의 또 다른 점들은 다음 글에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