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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엄마와 아빠

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by Jinny C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이번 주 연재가 늦어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낳고 남편과 나는 아빠와 엄마가 되었다.

둘 다 이런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저 남녀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냥 둔한 줄만 알았던 나는 아이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엄마가 되었고, 섬세한 줄만 알았던 남편은 아이의 투정을 잘 받아주지 않는 아빠가 되었다. 생물학적으로 아빠와 엄마의 호르몬 차이도 있겠지만, 육아의 가치관의 차이로도 우리는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아기가 우는데, 달래줘요!


전에 우리가 정말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일까 느꼈던 일화는 아이의 분리수면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였다. 우리는 아이랑 같은 방에 다른 침대에서 재우고, 혼자서 자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었다. 빠른 아기들은 6개월부터 분리수면을 하면서 혼자 잠에 드는 연습을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부모 중 한 명이 같이 옆에 있거나 안아줘야 진정하고 잠에 드는 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잠에 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거나 안아주면 힘들다 보니 분리수면을 가르쳐야 하나 싶어서 도전을 해보았지만, 아이가 계속 우는 것을 참지 못했고 그냥 계속 누군가가 옆에서 같이 누워서 재운다. 어떤 부모들은 본인들의 체력이 되는 때까지 안아서 계속 재운다고 한다.


처음 분리수면에 도전했을 때 나는 아이의 울음을 들으면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악을 쓰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가끔은 콧물도 줄줄 나오는데, 얼른 닦아 주고 싶고 울지 않게 일단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언젠가는 혼자 자야 하기 때문에 겪을 일이고, 지금 우는 것은 어디가 아프다거나 긴급한 울음이 아니라 잠투정으로 나오는 울음이기 때문에 달래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날들은 한 15분 정도 울다가 지쳐 잠든 적도 있었다. 그냥 울다 잔 아이를 보고 엄마의 마음만 조금 찝찝할 뿐이다.

울지 않고 재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울리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아이가 무섭거나 힘들면 달래주고 괴로워하지 않는 선에서 배움의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논리적으로 남편의 의견은 이해하고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일단 그보다 정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성은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으로 인해 남성보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하고, 아기의 울음이 아빠와는 달리 엄마들의 특정 뇌 부위를 활성화시켜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결과적으로는 내가 아이의 울음을 못 참아서 남편도 나의 육아방침을 따라 자기 전에 같이 있어주긴 하는데, 어떤 때는 엄마로서 보면 남편의 방식이 탐탁지 않을 때도 있다.

아기 잘 재우고 있는 거 맞아요...?


하지만 또 남편이 나와 다른 육아를 한다는 것에 감사할 때도 많이 있다. 아이와 재밌는 표정을 짓는다거나 놀아줄 때, 나와는 다른 상황에서 아이가 웃음을 짓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 아이도 이제 돌이 넘어가는데, 아빠랑 노는 걸 좋아하고 아빠 얼굴만 봐도 잘 웃는 걸 보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아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거나, 똥을 안 쌌다거나, 낮잠을 안 잤다거나 너무 잤다거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괜찮을 것이라 위로해 주고, 여유를 갖고 다시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남편이다.

덕분에 나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힘들어하는 예민한 엄마에서부터 다시 편하게 둔한 여자(?)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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