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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따스한 눈치와 냉철한 교훈

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by Jinny C

남편과 내가 다른 이유에는 각자의 가족이 배경으로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는 각자 가족의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주로 부모님이 이러한 가족의 분위기를 주도할 텐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소통방식, 가치관 등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편과 나도 각자의 가족 속에서 성장하면서 현재의 우리가 있다.


내가 봤을 때 남편의 가족은 배려심이 깊고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느낌이다. 물론 내가 남편처럼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서 모든 모습을 본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 간 느낀 바로는 그렇다. 그리고 이건 상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과도 비교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직설적으로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부모님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아낌없이 표현하시고 설명하시고 권하신다. 인생을 오래 살다 보니 이렇더라, 저렇더라 하는 본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리"나 "최선의 방법"을 "교훈"처럼 최대한 아이들에게 알려주려 하신다.

이런 방법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위에서 아래로 정보공유가 잘 되어 어린 사람은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건 쌍방의 소통이라기보다, 수업이자 훈계에 해당할 것이다.

이전에 아버지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말해준 일화가 떠오른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친구들이 2층의 뷰가 예뻐서 만족하고 앉아있을 때, 아버지가 3층으로 가보았더니 뷰가 더 멋지다면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올라오라고 한다고 한다. 이때 친구들이 2층도 예쁘니까 가지 않겠다고 하면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3층이 훨씬 좋은데. 내가 본 아버지는 2층에 있는 친구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은 3층의 더 멋진 뷰를 혼자서도 즐기실 분이다.


참나, 좋은 걸 알려줘도 몰라~


반대로 남편은 부모님이 나의 부모님처럼 이것저것 알려주신다기보다, 같이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다만 (약간 지역차별적인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남편의 가족은 충청도에서 나고 자라셨고, 직설적이기보다 돌려서 표현하시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왠지 이런 소통방식 속에서는 기본적으로 눈치가 빨라지고 조금은 더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있는 데 눈치를 보며 (예의상) 거절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비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되어 피로를 느낄 수도 있도 있다.


부모님들의 이러한 다른 점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남아있고 비교되며 서로의 차이점으로 보인다.


남편은 본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나를 배려하는 선택을 자주 한다. 나도 남편을 잘 배려하지만, 내가 체력이 안 되거나 불편함이 커져서 즐거운 마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나를 위한 선택을 더 하게 된다. 그런 마음에 되려 직설적으로 남편에게 그렇게 불편함을 감소하면서까지 배려해주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서로를 잘 배려하려다가도 싸울 수도 있다.


예시로 둘 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 남편이 저녁에 퇴근하고 설거지를 해주다가 괜히 허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린다. 나는 그 말에 눈살 찌푸리며 그렇게 아프면 설거지를 하지 말라고 한다. 서로 투정 부리고 누가 더 힘들다며 싸움이 번지기도 하고 좋지 않은 상황이다.

고마워요 남편

사실 이건 둘 다 진짜로 서로를 배려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설거지까지 해주고 싶은데 허리가 아파서 좀 누워있어야겠다고 말한다거나, 허리가 아파도 설거지해 줘서 고맙다고, 아프면 무리하지 말라고 말해주면 절대로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 번씩 이런 일로 부딪힌 이후로 내가 본 남편은 이렇게 불편을 감수한 배려를 적당히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능력껏 따뜻하게 눈치도 보고, 냉철하게 싸우고, 서로와 소통하며 맞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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