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하여
최근에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써도 될지 살짝 고민했지만, 이 부분에서 남편과 나의 차이점이 보여서 꼭 쓰고 싶었다.
남편과 내가 서로의 정치적 가치관에 대해 길게 토론한 적은 많지 않다. 다만 정치적인 이슈가 뉴스에 나왔다거나 할 때 한 번씩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성향에 대해 파악해 볼 수는 있었다.
육아휴직 전에 직장에서 팀장님이 해주신 말이었는데, 팀장님 남편의 정치적 성향이 궁금해서 아래와 같이 물어봤다고 한다.
만약 내 앞에 벽이 있고, 나는 벽 넘어 건너편이 보이는 상황일 때, 옆에 키가 작아 잘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도 벽 넘어 볼 수 있도록 상자를 구해주는 게 옳은 것인가?
팀장님은 상자를 구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팀장님의 남편은 굳이 구해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질문을 통해 서로의 사회적 공평성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펼쳐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이 질문이 재밌어서 남편에게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번 물어봤었다. 남편은 고민을 살짝 하더니, 상자를 굳이 구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편은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차등이 주어지는 것은 공평하다, 혹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했다. 그렇다면 키가 큰 사람은 벽을 넘어 더 멀리 볼 수 있고, 키가 작은 사람은 못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남편의 말은 이해도 가고 어느 정도는 공감했지만, 나는 그래도 누구든 벽 위를 볼 수 있게 상자를 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내가 핀란드와 같은 약간의 사회주의 분위기의 국가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국가적으로 전체의 복지를 챙겨주고 경쟁이 적은 사회가 오히려 이상적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사회에서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외국에선 정답이었던 정책이 한국에선 오답일 수도 있다. 상황마다, 사람마다, 전부 다르기 때문에 정치가 어려운 것이지 않을까.
사실 정치적인 가치관에서 보수와 진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활하면서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태도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생활에서도 우리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이직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였다.
남편은 이제까지 이직 없이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 중이다. 나는 최근 6년간 3번이나 이직을 했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남편은 이직에 관심이 있다가도, 현재 직장과 팀에서 아직 배울 점이 많을 것 같고 다른 곳으로 가기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나는 그때그때 연봉을 올린다거나, 새롭게 배울 것을 찾는다거나,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이라거나, 적합한 이유를 찾아서 이직을 하곤 했다.
이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남편은 좀 더 현재 누릴 수 있는 것을 잃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태도이고 나는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더 찾아보려 하는 진보적인 태도인 것인가 혼자 생각했었다.
이런 대화에서 사실 싸울 건 없었다. 상대방의 선택이고 상대방의 말도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선택이면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정리하고 같이 나아갈 방향을 잡으면 된다. 우린 어느 저녁에 아기를 재워두고, 앞으로 기간 동안 우리의 미래 계획과 목표를 같이 정리해 봤었다. 일에서 가치관은 무엇이고 육아에 대한 계획, 커리어에 대한 계획 등 이야기했다. 어떤 것은 점수와 등수를 매기며 우리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어떤 건 합의를 보고, 어떤 건 결정을 미루기도 했다. 아직도 정리할 부분은 많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함께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