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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Life goes on

우리들의 다른 점이 다시 비슷해지며

by Jinny C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결혼한 남편과 생활하면서 나타나는 다른 점들을 보며 글로 남겨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매주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렇게 지난주의 10화를 마지막으로 소재가 고갈되어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본다.


우리들의 다른 점에 대해서 쓰는 거라면 싸워야 글 소재가 생기겠다고 남편에게 농담처럼 말했는데, 실제로 싸워서 글을 쓰기도 하고 아무리 싸워도 글이 안 써지는 날도 있었다.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건가, 머리가 굳어가는 건가, 아니면 이제 앞서 쓴 10개의 글에 언급된 우리들의 다른 점에 의해 같은 싸움만 반복되는 건가. 더 이상은 우리의 다른 점에 대해 쓰기가 어려워졌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실 남편도 나의 글을 본다. 라이킷도 열심히 눌러준다.

이번에도 글 잘 봤어요.

남편은 이렇게 짧게라도 구두로 감상평을 남기곤 한다. 남편이 내 글을 봐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가 같이 살면서 닮아가는 것인지, 우리들의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비슷해질 때가 있다.


소통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서 우리가 바뀌는 것 같다. 특히 글로 남겨서 다시 보며 생각해 볼 수도 있어서, 우리가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 내가 남편의 씀씀이에 더 맞춘다던가 (2화 짠돌이 vs. 짠순이), 남편이 더 여유롭고 유연하게 계획을 짠다던가 (5화 계획형 vs. 유연함), 서로의 표현법(6화 명료한 의사소통)과 육아방식(8화 엄마 vs. 아빠)에 익숙해진다.


사실 문과 vs. 이과를 주제로 글 한 개를 더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생각보다 우리의 다른 점이 아닌 것 같아서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거짓말이나 소위 MSG를 넣어서 쓸만한 글도 아니고, 여기까지 인가 보다 싶어서 에필로그로 글의 방향을 틀어 새로 쓰게 되었다.


혼자 살아도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데, 사랑하는 누군가와 살면 당연히 그 사랑하는 사람에 맞춰 더욱 변하는 것 같다. '나'를 점점 잃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편과 결혼식에서 함께 불렀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 가사의 한 부분으로 이번 글과 브런치북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사랑에 난 빠져 버렸어
혼자인 게 좋아 나를 사랑했던 나에게
또 다른 내가 온 거야


아름다운 구속인걸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
살아있는 오늘이 아름다워



다음 브런치북에서 새로운 소재로 또 만나요!

씨유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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