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초성이지만 참 다르다.
남편과 나는 비교적 짧은 연애 후에 바로 결혼을 했다.
아이가 생겼다거나 빨리 아이를 갖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약 4개월간 연애 후 5개월간 결혼 준비를 하고 바로 식을 올려 같이 살게 되었다.
결혼 준비 기간이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약 9개월 간의 연애였다.
그때는 각자 살고 있는 곳도 달라서 주말에 몰아서 만났다. 횟수로 따지면 40번 정도 만났을까?
그래서인지 더 애틋했고 빨리 같이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남편도 서로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매우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ㅎㅎ)
이렇게 연애기간도 짧았던지라 신혼을 즐겨보자고 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허니문 여행을 다녀오고 한 달 반 뒤에 임신한 것을 알았다.
지금도 옆에서 웃고 있는 아들을 보면 그때의 임신은 우리의 인생에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임신과 출산과 육아는 당연히 쉽지 않았고 많은 희생이 따랐다.
이번 글은 육아상황에서 남편과 달랐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니, 사실은 연애에서 육아로 넘어가면서 힘들었던 점들에 대해 살짝의 투정을 부리고 싶다.
남편은 늦잠을 좋아하는 편이다.
할 일이 없고 누가 깨우지 않으면 오후 늦게까지도 잘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잠을 좋아하는 남편이 육아를 하면서 슬프게도 여러 번 말한 대사가 있다.
"주말에도 쉬질 못하는 것 같아요."
주말은 출근을 하지 않으니 보통이면 늦잠을 잘 수 있고, 약속이 없는 주말엔 여유를 즐기며 쉴 수 있다.
하지만 육아를 한다면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놀아줘야 한다.
전날에 안 해서 밀린 설거지나 아기 빨래가 덤으로 있을 때도 있다.
늦잠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이런 변화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남편이 좀 더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번 더 말한다.
"근데 앞으로 당분간은 육아를 하면서 쉬는 날이란 건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 힘들어 보이면 좀 더 집안일이나 육아를 하고, 다시 한번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을 매일 다 잡아본다.
나도 좋아하지만, 남편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결혼 전에 같이 일본 여행을 갔었고, 허니문 여행지도 고심해서 골라 하와이에 다녀왔었는데, 정말 즐거웠다.
한 해에 황금연휴가 분명 생길 텐데, 결혼 후에도 한 번씩은 이렇게 길게 휴가를 내어 여행 가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이런 우리의 희망회로는 깨졌다.
"임신 x주차 여행"으로 검색하면, 분명 많은 커플들이 임신했음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걸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혹시 모를 사고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우린 멀리 떠나지 못했다. (사실 우린 강아지도 키운다.)
차로도 오래 걸리는 국내 여행지는 제외했고 최대한 멀리 가자 생각해서 강원도에 갔다.
나름 여행을 가긴 갔고 재미있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했는데, 그때 여행 가서도 살짝 우울해졌던 감정은 잊기 어렵다.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항상 먼저 여행 이야기를 건넨다.
"이번 휴가 때는 다른 일본 도시나 홍콩에 가볼까요?
아니면 가까운 해외보다 아예 아이 맡기고 유럽에 가도 좋고요."
나는 학습된 무기력 마냥 남편이 여행 이야기를 꺼내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이를 맡기고 가면 좀 그런데...
그런데 아이를 데리고 가면 쉬고 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애를 키우겠어?
육아를 하면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된다.
쉼 있는 주말을 포기하고, 나만의 시간을 포기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막막한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남편은 나와 다르다.
내가 이런 감정의 구렁텅이에 막혀있을 때 같이 공감해 주고 빼줄 수 있다는 게,
나와 달라서 정말 다행이다고 느껴진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헤쳐나가려 한다.
이렇게 우린 다음 달에 아이와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희망과 행복을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