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른 부분에 대하여
쿠폰의 존재를 나중에 알고서 결제를 취소하고 쿠폰을 적용시켜 재결제를 할 때.
사고 싶은 게 있지만 그다음 주 쇼핑라이브를 기다릴 때.
포인트를 최대한 적립하는 방법과 최대한 할인받을 방법을 열심히 찾아볼 때.
이런 순간마다 시어머니께서 우리 부부에게 자주 하셨던 말이 있다.
너네 참 지독하다~!
"지독하다"는 부정적인 단어지만, 사실 이런 상황에서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만큼 내가 돈을 열심히 아꼈다는 것이다.
이번 화는 결혼 후 돈 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남편과 나는 둘 다 위에 언급한 일들을 하는 짠돌이 짠순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돈을 아낀다'의 기준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공통점이라고 생각했던 이 부분에서도 차이점은 존재했다.
어디까지 희생할 만큼 누가 더 아끼는가의 '정도'에서 뿐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돈을 아끼고 모으는 가의 '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먼저 정도를 따지자면 내가 남편보다 더 지독하게 돈을 아끼려 하는 것 같다.
최근에 일어난 일로 나의 '짠순이력(力)'을 보여주겠다.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위해 펌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기본 가격에 기장 추가 비용, 클리닉 비용 등을 포함하고 첫 방문 할인이나 쿠폰 등으로 할인받으면 총얼마가 나오는지, 네이버지도에서 근처 모든 미용실을 눌러보고 가격표를 확인했다. 이렇게 찾아봐서 괜찮은 곳을 예약하고 시간을 보니, 한 시간 반이나 지나있었다. 심지어 카톡이나 핸드폰으로 다른 용무를 중간에 본 것도 아니고 그냥 미용실들만 열심히 찾아보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던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중단발의 CS컬 펌에 클리닉 포함을 10만 원에 해서 다른 곳에서보다 몇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
분명 어떤 사람들은 작은 화면을 한 시간 반동안 보면서 계산하고 스트레스받아하며 뻐근해진 눈을 비벼가면서 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할 수도 있다. 눈건강과 정신건강에도 무리가 있으니 이것 또한 비용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여자 CS컬 펌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했기 때문에 나에겐 뿌듯한 경험이었다. 내가 이 정도로 짠순이었던 것이다.
좀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돈을 아끼게 하는 금액적 기준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남편에게는 보통 만원 단위 이상의 금액이어야 '짠돌이력'이 발동된다고 했다. 반면에 나는 혼자 살았을 때는 몇 백 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짠순이가 되겠지만, 남편과 함께라면 천 원 단위 이상의 금액이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이와 관련으로 나의 부모님이 자꾸 생각난다. 엄마는 요새 체력이 많이 떨어지셨지만 나보다 엄청난 '짠순이력'을 뽐내신다. 반면에 아빠는 아끼는 건 좋다고 생각하시지만 엄마만큼은 아니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예전에 부모님께서 돈을 쓰실 때 종종 싸우신 적이 있었다. 엄마는 다른 카드로 결제하면 더 할인되니까, 아빠 계정으로 쿠폰을 쓰면 더 저렴해지니까, 개인 텀블러를 가져가면 할인되거나 스탬프를 더 찍어주니까 등 다양한 이유로 아빠 딴에는 귀찮은 일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에서 최대한 많은 별 적립을 받기 위해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플(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면 별을 더 받는 이벤트 중에는 꼭 자리에 앉아서 사이렌 오더로 주문했으며, 한 음료를 주문하고 3분 뒤에 다른 음료를 주문하면 별을 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한 번에 주문을 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언니와 남동생까지 총 5명인데, 다섯 잔을 3분 텀으로 다 따로 주문하는 셈이다. 이 모든 건 당연히 통신사 할인도 받으며 진행된다. 이제 사위도 두 명이나 추가되어서, 만약 7명이 모인 상황에 스타벅스에서 이렇게 주문한다면 모두 주문하고 음료를 받는 데 30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짠순이인 엄마도 아빠와 계속 맞춰가시면서 분명 많이 변하셨다는 것이다. 요샌 5번까지 나눠서 주문하진 않고 2번 정도만 나눠서 하는 편이다!
남편과는 돈을 모으는 방법에서도 작은 차이를 느꼈는데, 바로 짠테크의 유무이다.
남편은 적절한 노력을 통해 최저가로 구매하여 소비를 줄이고, 본인의 능력을 통해 번 돈을 관리하며, 주로 부동산, 월급, 주식 투자 등 큰 단위의 돈 위주로 모으고 활용한다.
남편의 방법은 어찌 보면 돈을 모으는 데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티끌 모아 태산" 또한 믿는 사람이다. 박명수가 아무리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했고, 번듯한 월급이 나온다고 해도, 나는 짠테크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면 돈을 받는다거나, 걸으면 포인트가 쌓인다거나, 핸드폰에 동물이나 식물을 키워 기프티콘을 받는 등 소소한 돈벌이를 나는 즐겨 활용하는데, 근 8년 정도 정말 다양한 혜택을 누렸다. 어떤 사람들에겐 데이터 값이 더 비싸다, 핸드폰을 계속 붙잡고 있어서 시간 뺏긴다, 매일 출석체크하는 게 더 힘들다 등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나에게 이런 짠테크는 오락이자 취미이며, 이루면 뿌듯한 하루하루의 소소한 목표이다.
내가 이런저런 짠테크로 버는 돈을 대충 계산해 봤을 때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00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여기에 온라인 동식물을 키워서 받는 기프티콘은 2~3주에 한 번씩 받는 것 같다. 주로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으로 받는데, 위에 언급한 엄마의 방식으로 별 적립까지 챙기면 최고로 알뜰살뜰하게 사는 기분일 것이다.
남편은 내가 짠테크를 하는 것을 보며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같이 있을 때도 핸드폰을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다. 이야기하고 합의한 결과, 같이 밥 먹을 때는 되도록 핸드폰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가끔은 핸드폰을 볼 때도 있긴 하지만 잠깐만 보기도 하고, 남편도 이런 나의 모습을 봐주고 이해해 주는 듯 하니 고맙다.
이렇게 공통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고,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여, 여유를 갖고 배려해 준다면, 언성 높여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요즘 들어 우리 부부는 가끔 여유가 없을 때가 있기도 한데, 그 이유는 아마 다음 화에서 더 자세한 내용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