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추지 않는 거북이니까

부족함을 채우려

by 나무엄마 지니


평생 가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 이 마음을 갖게 되리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국민학교 시절(초등학교)에는 창작동화가 재미있어서 만화 보물섬 이후로 방바닥에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읽은 기억이 난다. 한 여름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어도 납작 누워 있으면 세상 시원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꼭 한여름에 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언젠가 중학교 때는 교무실로 선생님께서 부르셔서 대뜸 "너는 국어랑 관련된 일을 해봐라"라고 하시는데 도통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 후 미국 유학과 이민을 하며 세상 영어가 그리 어려워서 벙어리로 산 세월도 꽤 오래 있었고 한국 책과는 다소 서먹서먹한 관계였다. 분명 내 머릿속 저편에는 드라마 결말이 궁금하여 급히 읽어 본 책 <빙점>, <731부대>, <가시나무 새>를 읽으며 '와~'를 연발하기도 했고 일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마음이 부르르 진동처럼 떨리다가 새벽 늦게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영어권에서 살고 공부를 하며 한국 책 읽기와는 다소 먼 사이가 되었다. 전공분야도 영어 관련이라 한국말보다 영어로 말을 해야 했고 영어로 글을 읽어내고 써내야 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어와 영어를 하는 아이들을 키운 경험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갖고 있는 달란트를 땅에 묻어 놓으면 그것만큼 않좋다는 말씀과 주변에서도 아이들이 컸으니 다시 일을 시작해보라는 권유도 해주었다. 그런데 그 틀에 들어가기가 여간 주저된다. 솔직히 말하면 싫다. 학교가 있는데 나까지 무슨 사교육 교사로 뭘 가르치려 하는지, 그리고 내가 그 경쟁에 들어가면 아이들에게 "더, 더, 더" 를 연발하며 정보를 주입하고 있을지도 몰라서 그게 더 무섭다. 그렇다고 꼬마들을 가르치자니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만 봐도 '와 저렇게 어릴 때부터 한 바가지씩이나 책을 빌려가니 아이들이 언제 쉬지, 아이들이 언제 놀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얼떨결에 들어온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는 고수님들이 많이 계셔서 글을 읽을 때마다 가뜩이나 죽어 있는 내 기는 똑똑 아래로 떨어졌고 급기야 글쓰기를 멈추게 되었다. 다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읽게 된 유시민 작가님은 내게 책을 놀이로 생각해보라고 해주셨다. 그리고 아는 것을 쉽고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보라는 조언도 하셨다. 꼭 나를 옆에 앉히고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내용을 읽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어렵고 사실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하루는 소설책 읽기를 좋아하는 막내가 "엄마! 파친코 쓰신 작가님도 12년이 걸리셨대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속이 더 상해버렸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대뜸 "그럼 엄마는 글을 12년 동안 아무것도 못쓴다는 거야? 지금도 하나도 못쓰는데?"라며 휙 돌아 막내 침대 모서리에 세상 불쌍하게 누워 있었더니 막내는 그 작가님이 책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한 여러 행동들을 열심히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사실 그래도 내게 그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내 사기만 더 내려갈 뿐.


그런데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오디오 북 플랫폼에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를 듣게 되었다. 듣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플랫폼이었지만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마음에 에세이만 주구장창 기계음으로 듣다가 다양한 성우님들이 읽어주는 책을 들으니 참 좋았다. 그리고 막내의 조언대로 우선 여러 글쓰기 구조에 들어가는 노력을 했다. 그중에 하나는 도서관의 글쓰기 교실이었고 얼떨결에 소설책도 읽고 소설책도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족함을 한없이 느끼고 있다. 그 부족함을 채우려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듣고를 반복하다 보니 책을 66권 읽게 되었다. 여기에는 오디오 북도 많이 차지하고 동화책도 들어 있다. 원래 책을 읽어도 리스트업을 하지 않는 한마디로 정리를 잘못하는 성격인데 글쓰기 교실에서 같이 글을 쓰는 어느 분은 90권을 넘게 읽으셨다는 말을 듣고 내가 읽은 책의 권수가 궁금하여 리스트를 노트에 써놓으니 숫자 6과 6이 한자리에 모여 66이라는 숫자를 이룬다. 운동선수도 아닌데 징크스처럼 4, 6과 같은 숫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은 생각 전환을 하는 연습을 하며 6도 더 이상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작가님과 아나운서분의 북 토크를 보고 들으며 '저렇게 노력하는 분들이 작가님이 되는구나'를 절실히 깨달았던 적이 있는데 브런치에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올렸다가 세상에나 진짜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보름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쓰신 글들을 보며 위로도 받고 동기부여도 받아서 최근에 핸드폰 배터리가 나갈 때까지 작가님이 쓰신 글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보며 마음의 생각을 썼는데 작가님이 글을 남겨주신 게 이렇게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요즘 기적 같은 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작가님과의 대화 같다. 저렇게 유명한 분들은 약간 연예인 같아서 나와 상당히 먼 관계 같은데 어쩜 이렇게 기적 같은 일들이 생기는지 사뭇 세상은 역시 좀 더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자주 쓰는 것 자체에 목표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각을 잘해야 좋은 글이 나오지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을 잘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캡처해놓고 다시 읽어보는데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는 말씀이다. 브런치 플랫폼에 글쓰기 고수님들이 너무 많으셔서 기가 푹 죽어 있었는데 용기를 내서 자주 생각을 쓰고 또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내 목표가 너무 높았던 건 아닌지, 그 목표를 조금 멀리 두고 천천히 거북이처럼 또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나는 멈추지 않는 거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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