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망각이 일상이라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은이는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다. "항암치료를 통해 암 환자의 남은 삶이 의미있게 연장되도록 암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의미는 매일 삶과 죽음에 대해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습관과 목표를 향해 매일 조금씩 노력한다. 하지만 이 습관을 무너뜨리고 쉬고 싶을 때도, 포기하고 싶을 때도 가끔 있다. 그럴때마다 경각심을 잃지 않으려 꺼내보면 좋은 글과 에피소드로 가득차 있다.
이번주는 특히 쉬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서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덧없이 헛헛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묻고 싶다.
"다행히 의학의 발전 속도는 눈부셔서 새로운 항암제가 많이 나오고 있고, 그 덕에 암 환자의 수명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과거에 비해 놀라울 만큼 늘어났다. 의사로서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지연된 죽음과 늘어난 삶의 시간을 지켜보며 좀처럼 한 가지 의문을 지을 수 없다. 이렇게 삶의 시간은 더 주어지는데 이 늘어난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쓰고 있을까?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하고 있는 걸까?" _p.6
어릴 때는 친구면 다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많을수록 나는 부자라고 생각했다.
"암에 걸려보니 그렇더라고요. 내가 암에 걸렸다고 소문이 나니까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놈들 중에도 자기도 암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며 찾아오는 놈도 있고, 병원비에 보태라며 봉투에 몇 만 원 넣어 가지고 오는 놈도 있고, 고기 사준다고 나오라는 놈도 있고요. 그런 놈들은 전화라도 해주는 게 참 고마웠어요.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놈이 있는가 하면, 제가 암 보험 쪼그많게 들어 놓은 게 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놈도 있어요. 암을 앓고 나니까 인간관계가 싹 정리되네요. 친구인줄 알았는데 친구가 아니었던 놈들은..... 암에 안 걸렸으면 언젠가 그놈들에게 크게 사기당했을 거예요." _p.90
"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인데 죽은 사람이 귀신처럼 다니는 거다 생각하니 인생이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에는 택시를 몰다가 갑자기 꺼어드는 사람을 보면 지랄지랄 욕을 한 바가지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그러려니 내버려둬요. 갑자기 껴들든 말든 ㅡ래봐야 한5분 지나면 어차피 잊어버리고 신경도 안 쓰게 되거든요." _ p.92
생각이 긍정적인 게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극단적 장기 생존자(Extreme long term survivor).' 말 그대로 암환자임에도 극단적으로 오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입원하지 않는다. ..... 이런 환자는 교과서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암환자들은 숨이 멈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멀쩡히 잘 지내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긍정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게 아니라, 과정과 태도에 대한 긍정을 말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내가 잘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그 자체가 긍정이어야 한다." _p.134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일까...
할머니는 80세 폐암 말기 환자였다. 자식들은 하나같이 늘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연세가 많고 항암치료를 견딜 체력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할머니는 무척 힘들었을 텐데도 견뎌내셨다. 할머니는 삶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인공호흡기, 전기충격기를 댔다. 할머니의 심장이 이제는 그만 쉬고 싶다며 갑자기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인턴 선생님이 흉부 압박을 시작하자 뚝 소리가 나며 할머니의 복장뼈가 푹 꺼졌다. ..... 흉부를 압박할 때마다 뚝뚝 소리가 났다.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였다. 더 부러질 갈비뼈가 없어지자 이제는 부러진 갈비뼈가 서로 맞닿아 뼈 갈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렸다." _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