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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집중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합니다

여행의 이유

by 나무엄마 지니


유튜브로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을 자주 본다. 특히 내가 글을 쓰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찾아서 보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글을 쓰는 깜냥이 되는지 고민이 들 때도 영상을 종종 보게 된다.


'여행', '그 이유', ''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보다 여행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요즘, '죽기 전에나 책 한 권씩이나 (감히)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조금씩 구체화되어가는 나의 꿈을 상상하며 '떠나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떠나고 싶다는 건 '현실 도피' 그리고 '삶', 과거를 통해 현재를 투영하고 싶다는 걸까.


여행이 좋은 이유는 과거를 회상하지 않고 미래의 걱정으로 불안해하지 않으며, '오늘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여행지에 가면 시간과 비용이 아까우니 이리저리 돌아다닐 계획을 하고 맛집 투어를 해보려 마음을 먹기도 한다.


가끔은 일상이 지칠 때면 선셋이 질 때까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대낮부터 선베드에 누워서 선탠을 하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참고로 선탠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미국 외숙모 댁에서는 지붕에 올라가 한국말을 1도 못하는 사촌 제이슨(Jason)이 알려준 대로 수영복을 용감하게 입고 큰 타월에 누워 있다가 외숙모한테 혼나기도 했고, 20대 이후로는 어디 놀러 가면 그저 선베드에 누워있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걸 하지 않는다.




젊은 작가님이라 생각했는데 나이도 생각보다 많으셨고 사회운동(운동권) 하셨다. 작은 아버지 (삼촌)의 경험을 어머니의 말로 듣기는 했지만, 그 시대에 살지 않았던 내가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회주의 환상을 가진 서울의 대학생과 자본주의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게 꿈인 베이징 대학생의 끊어지지 않던 긴 대화. _p. 41


"자기가 번 돈으로 청약저축을 한번 부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충고를 들었을 때도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_ p.67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_p.67


삼십육계 줄행랑, 이 계책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_p. 67




한 권으로 역사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 든다.


요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서거하고 눈물을 짓는 영국인들을 보며 '흠... 저런 역사가 깊은 나라에서 뭐지... 저 뒤처지는 사회적 발상은... 없어질 법도 한 제국주의가 사라지지 않은 게 아이러니하다'고 잠시 생각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들이 한국사회에도 여럿 있었지만, 조선시대에는 어마 무시하게 많았으리라.


"조선시대 백정은 분명히 인간이었지만 양반과 상민들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구한말 진주에선 그들의 자식들이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오자 양반과 상민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며 퇴장했다는 기록도 있다." _p.126


미국의 역사도 그러한데, 남부 지방의 어린 여자아이(로잔 파크스)는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에서 앉을 수도 없었고 뒷칸에 서있어야 했다. 백인만 갖는 특권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노예제도가 있던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차별'이 더 심하다고 한다. 뭔가가 잘못돼도 한참이 잘못된 나라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여행을 통해 힘을 얻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책, 소설도 그러하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함께, 혹은 반대 생각을 갖기도 하고 부르르 떨며 '저 인간을...'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가슴이 아파 눈물이 절절 흐를 때도 있다.


여행도, 소설도, 그러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재밌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가고 싶고,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분들은 바로 이 책을 보시라 권하고 싶고 소설책 한 권을 읽어보시라고도 권하고 싶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분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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