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대치동

인사이트

by 나무엄마 지니


느지막하게 아이를 낳은 워킹맘 친구에게 오랜만에 메시지를 보냈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아이 키우는 데 어려움은 없냐며 오지랖을 부렸다.

그 친구는 주말에도 아이 케어를 하느라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바빠 보였다. 그리고 친구 아이의 주변 친구들이 대치동으로 많이 이사를 간다는 것 등의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치동.

그 친구나 나는 그곳이 낯선 곳은 아니다. 나나 친구는 강의 남쪽에서 학교를 다녔고 나도 초등학교를 여러 번 전학했지만 모두 강의 남쪽에서 다닌 기억이 있다.

특히 현재 한티역 앞 ○아파트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그 아파트는 재건축을 한 아파트지만 예전 이름은 진달래 아파트였다. 진달래 아파트를 따라 비탈길 건널목을 건너가면 어린 내 눈에 똑같이 생긴 것만 같던 개나리 아파트가 있었다.

진달래 아파트에는 아파트 그네를 타는 친구들이 많아서 도통 동생이 그네를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옆 아파트인 개나리 아파트로 어린 동생과 그네를 타러 큰 마음을 먹고 길을 건넜다. 키가 컸던 나는 대번에 그네 자리를 맡았지만 어리고 조그마한 동생은 덩치에 밀려서 또 타지를 못했다.

다시 나는 어떤 친구가 탄 그네를 다람쥐처럼 쪼르르 달려가서 턱 하니 아주 '세게' 잘 잡고 동생이 올 때까지 아이들의 눈초리를 견디며 어리고 조그마한 동생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동생은 내가 힘들게 맡아 놓은 그 그네를 바로 또 타지 못했다. '바보! 말만 잘하지.'

그 아파트에 사는 듯 말하던 아이가 나보고 "너 가!"라고 했다. 여기는 네 동네가 아니라고. 기가 막혀서 그 아이 얼굴을 한번 보고는 동생이 그 그네를 탈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서 동생을 몇 번 밀어주고는 "치~" 이러며 그 그네를 내팽개치고 온 기억이 난다.

'무슨 지가 그 아파트 사장이야, 주인이야. 통장 딸인가?' 지금 문득 든 생각.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인사이트'라는 기능이 있다는 걸 처음 알고 아무 생각 없이 그 글씨를 꾸~욱 눌렀다. 아뿔싸!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성경 말씀에 '할 만한 것에는 최선을 다하라'는 성경 구절을 보고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올리고 그 글에 대한 근거를 보충하려 아이들의 사진과 상장을 올렸던 게 나의 불찰이었다.

보통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없다. 많아야 몇 십 명 정도 되는데, 좋아요를 누르지 않지만 보고 가는 외부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특정 사진인 그 신문사에서 개최한 영어글쓰기 상장에만..

오전 7시경에 어느 부모가 아이가 받은 영어 글쓰기 대회의 상장에 좋아요를 누르고 갔다. 좋아요를 누른 그 공간으로 연이어 가보니 영어에 관심이 꽤 많은 부모였다. 아뿔싸. 다시 조회수를 확인했다.

하루도 채 안 돼서 조회수가 400을 넘어서 500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필독! 공지를 올렸다. 상장에 눈이 머무는 엄마들은 아무래도 긴 글을 보지는 않을 것만 같았고 그 부모들이 몰아칠 아이들이 걱정됐다.

새벽에 들은 주일 예배도 그렇고.. 교회에서 울던 어느 엄마가 간증한 것도 기억나고.. 내가 어릴 때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하늘에 서원한 것을 지키려 이렇게 하는 건데.. 내가 바라는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갈 것만 같아서 걱정됐다. 그래서 다시 아이들의 사진을 내렸다. 그런 나를 보고 동생은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두지..'라고 해서 릴스를 만들려고 보는데 핸드폰에서 막둥이가 영어를 하는 영상 하나를 발견하고 다시 올렸다. 지만 이것도 잠시 내렸다.

책은 '아는 것에 대해 쓰는 게 제일 좋다'라고 하는데 나는 내가 제일 많이 경험하고 꽤 많이 알고 있고 전공한 분야와 아이들의 경험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있다.


방금 자세히 보니 인스타그램 조회수가 올라간 인사이트 사진은 모 신문사와 서울교육대학교, 그리고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공식 후원하는 영어 글쓰기대회에서 '창의인성 언어센터장'이었다.


나는 먼저 다른 걸 쓰고 싶어서 내가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 쓰는 것 같다. 주변에서 써보라고 독려를 하지만 죽기 전에나 쓸까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그만큼 책 쓰기는 에너지 소모가 크고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에게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고 말하며 "엄마들은 도대체 뭐가 궁금할까?"라고 물으니, 바로 동생은 이런 대답을 해왔다.

"사람들은, 엄마들은.. 좋은 대학에 아이를 보내고 싶겠지. 그거지 머.."

미국에서 기자에, 공기업 코트라 등과 현재 기업영어 강사로 일하는 성실한 동생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언니~ 사람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냐고 물어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엄마들이 얼마나 정보가 빠르고 셀까. 그 똑똑이 엄마들이 얼마나 알아서들 잘하겠어. 알아서 자기 아이들은 잘 키우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으.. 나는 그런 교육력 별로야. 부담스럽다.."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과연 무엇일까.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왜 성시경이 한 그 말 '모다'가 생각나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좋은 대학이라... 한국에서 좋은 대학이 어딘가.


서울대를 말하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나 하버드 하버드 하나? 어느 아나운서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면접을 그렇게나 많이 떨어졌다고 하던데.. 외국계 회사에 일하던 선배는 미국에는 거기 말고도 좋은 대학이 많다고들 하던데..


그럼 누가 우물 안에 개구리인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목사님들은 종종 말씀하신다. 그렇게 믿고 싶고 믿고 있다. 목사님을 믿는 게 아니라,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는다. 요즘은 이단이 너무 많아서 중심 잡기가 자녀를 키우는데도, 믿음 생활을 하는데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에 쓴 알약을 삼킨 것마냥 목구멍과 마음까지 쓰디썼던 그때가 기억난다. 6-7살 차이가 나는 막둥이는 신나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종이로 써서 즐겁게 들고 있던 막내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 그리고 같은 시기에 큰 아이의 서럽게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던 그 안쓰러운 모습..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 매년 반장을 하다가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아이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겠다며 울며 지쳐가던 큰 아이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아이가 왜 우는지 왜 힘들어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지켜만 보고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학교를 공식적인 행사에 자꾸만 찾아갔던 그때가 기억난다.

젊어서 결혼해 친구들보다 빨리 큰 아이를 낳아 나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안 먹고 안 쓰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내 젊은 날의 자랑이고 희망이었던 큰 아이가 점점 지쳐하고 아파하던 그 모습이 기억난다. 아이가 서럽게 울 때마다 영문을 몰라서 답답해서 내 가슴을 손으로 퍽퍽 쳤댔다.


아이는 왜 저렇게 점점 지쳐가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는 두 장의 사진을 내리고 이 사진들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책소개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올리고 엄마의 꿈을 응원하는 두 아이들의 릴스를 만들어서 올렸다. 지금은 예전처럼 환하게 웃고 즐겁게 생활하는 큰 아이는 "엄마! 저 한국학교 잘 나온 거 같아요"라며 예전 꼬마때처럼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저는 못해서 나온 게 아니에요."


묻지도 않던 그 말을 왜 했는지 '학교 밖'이라는 그 단어를 교육청에서 쓴 것을 보고는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저 녀석이 마음고생을 얼마나 심했을까.





p.s.
릴스는 인스타그램에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메인 페이지로 이동하시면 링크를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