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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엄마 지니 Jan 14. 2024

인산인해

긴박했지만 감사한 하루


막내가 출국을 했다.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에도 차가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니 당황의 연속이었다. 그 이유는 글 말미에 있습니다.

도착하니 출국장에 사람이 많다. 인천공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본 건 처음이다.

필요한 용품을 사러 서둘러서 매장 안으로 갔는데 이상하게 사람이 너무  없었다. 이제는 키오스크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진짜 곧 로봇과 미래를 공생하는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막내와 진짜 막내(반려견)의 헤어짐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안쓰러움이 든다.



막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막둥이(반려견)는 내게 불안해하는 눈빛을 보였다. 막내(진짜 엄마)와 막둥이(반려견)는 공항에서 이렇게 헤어지는 게 처음이다.


막둥이 반려견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큰 아이는 눈물을 흘렀다. 나도 좀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을 보낼 때마다 한 시간도 자지 않고 뜬눈으로, 커피콩을 잔뜩 갈아 넣은 진한 커피를 텀블러에 넣어 공항으로 향한다.

나도 왜 그런가 생각해 봤는데 혹시 내가 잠이 들었다가 제시간에 라이드를 해주지는 못할 게 염려돼서 같다. 그래서 나는 1분도 잠을 자지 않았다.

오늘도 새벽에도 생각보다 차가 많아서 당황을 했다. 여러 차들이 느슨하게 운전하는 내 앞으로 자꾸만 끼어들기를 해서 오랜만에 시트를 당겨서 단단히 핸들을 잡고 붕붕! 소리를 내며 차도를 달렸다.

아이들은 미안했는지 앞으로는 알아서들 가고 온다는데 그럼 엄마가 미안해지니까.. 그래도 아직은 운전해도 괜찮을 나이니까 염려 말라고 했다.


고백할 게 있지만,
나는 사실 32년 차 무사고 운전자다. 여자들이 운전하면 좀 버벅거린다는데 나는 운전을 좀 잘하는 편 같다.

나에게 미국에서 차 운전을 가르쳐 준 어머니는 "운전을 잘하는 건 자랑하면 안 된다"라고 하셨다.

내가 모는 차를 타면 사람들은 "와 택시운전사 같아"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승차감이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그 어두운 이른 새벽 아침엔
갑자기 차가 시동 버튼 인식을 못 해서 얼마나 당황을 했던지..

순간 타다를 불러야 하나,
배터리가 방전되었나,
만일 보험을 부르면 얼마나 걸릴지 순간 정말 크게 당황했다.

큰 아이가 큰 흔들림이 없어서 내가 좀 덜 긴장했던 것도 같다. 그래도 차명으로 검색창에 '시동이 안 켜질 때'를 검색했다고 한다.

오늘 새벽 그 일이 있기 전에는,
큰 아이는 무슨 차를 신줏단지 모시느냐고 약간 타박을 들었는데..

오늘 새벽 아침에 그 사달이 날뻔한 걸 본 큰 아이는 내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넣고 오겠다는 걸 아무 말 없이 그러라고 한다.

주차 자리도 없어서 직진을 한참 하고 후진을 계속해서 차를 빼야 하나 고민을 순간 했는데..

운동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여기에 자리가 있다고 손짓을 해주셔서 덕분에 편히 주차했다.

나는 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만일 큰 아이가 함께 있지 않았다면 반송장으로 막내를 제시간에 데려다가 주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굴렸으리라.

불안한 상황에 잠깐 기도를 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시동이 켜지고 공항과 집에 무사히 넉넉하게 도착하고, 졸음운전을 하지 않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또 한 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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