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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엄마 지니 Mar 13. 2024

복복서가 밑줄단 마지막 흔적

<기억의 기억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노래를 넣어 볼까요? 어떤 노래가 어울릴까요? 음.. 사라할머니를 생각하며 이 세상에 여자로, 지식인으로, 그 나라에 살아내야 했던 세월을 어떤 노래로 할머니를 표현하고 위로해야 할까 고민을 잠시 해봅니다.


https://youtu.be/xiU-O8arVa8?si=2n6IlBQICqhY4B21


드디어 이 길고도 긴 588 페이지가 되는 장편소설을 그것도 러시아의 문인이며 베를린으로 망명한 한 소설가이자, 시인, 저널리스트의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건 행운이자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기회를 주신 복복서가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책은 참 무겁습니다. 읽고 있으면 여성의 입장에서 전해오는 삶을 사실대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00 주의라는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신문에서는 (영자신문)에서는 러시아에 한국인 (그것도 대한민국인)이 구금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푸틴과 자주 만나더니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서 분단국가이며 현재 휴전 중인 이 나라의 국민으로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공부 중인 저희 아이들에게는 한국에 들어오는 건 제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고 염치없지만 미국 영주권이 말소된 엄마가 아이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전하고는 합니다.


한국은 내전으로 사라질 나라라고 해외 유명한 미래학자가 예견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될지 제가 살아가는 동안, 저희 아이들이 살아가는 동안은 무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 저에게 마음에 담긴 문장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테솔에서 만난 소르본대학 친구


오렌지가 오륀지로 발음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영어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오갈 때 테솔을 했습니다. 그때 만났던 캐나다인 친구(얼굴 생김새는 한국인)가 소르본 대학을 나왔다고 하던데 그때는 그렇게 유명한 대학인지를 몰랐습니다.



할머니 그리고 소르본대학

"증조할머니는 소르본대학 --- 워낙 중요하고 유명한 의과대학이라 별다른 설명 없이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 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러시아로 돌아왔다고. (...) 하지만 이 멋진 사건도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줄거리가 지닌 마력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증조할머니 사라는 구약성서의 7년, 즉 야곱이 자신의 라헬을 위해 일한 그 7년만큼을 파리에서 보냈고, 무슨 이유인지 땅속에서 미래로 돌아온 것처럼 거기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마치 그곳에서의 멋진 삶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삼총사에서 모파상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서적을 샅샅이 뒤지면서 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매혹적인 파리의 가능성(엄마와 나에게는 불가능한)을 경솔하게 놓아버린 증조할머니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_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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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어머니, 그리고 워킹맘

남자들의 삶도 한순간이지만 여자들의 삶을 특히, 일하는 워킹맘들의 삶을 돌아보면 순탄해 보이려 노력하지만 그 속의 치열함과 상실감, 희생과 노고 등의 여러 가지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저희 어머니가 그리 고생하고 노력하신 걸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되는 건지.. 아니면 그마저도 이해를 할 수 없는 편협한 사람으로 남게 될지는 저의 마지막 노력과 몫이라 생각합니다만 아래의 이 증조할머니의 삶을 묘사한 부분들이 참 애처롭고 한탄스럽습니다.


"증조할머니는 대학 시험을 치렀고, 이어서 두 번의 전쟁과 아이의 탄생, 혁명, 피난, 딸과 손녀의 질병, 우리 가족에게까지는 화가 미치지는 않은 '의사들의 음모' 사건을 겪어야 했다. (...)" _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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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래서 그 음악 활동도 관심을 보이지 못하고 살았을까.. 저도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을 위해 먼저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 노력했지만 정작 엄마인 제가 뭔가를 취미로 배우고 해 보려는 시도는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는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을 읽고도 마음이 애탔습니다.


"증조할머니는 당신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음악 활동에 관심이 없었다. 음악은 한가할 때 유쾌하게 시간이나 때우는 소일거리로 여겼다. (...)" _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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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 사라 할머니가 갇혀 계셨지." 그리고 우리는 거의 동시에 거위처럼 목을 쭉 뺏다가 움츠리는 동작을 했다." _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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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버지, 나의 삼촌


작은 아버지 이야기를 저희 어머니께 들은 적이 있는데.. 대학가에서 데모하는 곳에 가셨다가 집으로 (어릴 때는 저희 작은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경찰들이 작은아버지 그때는 삼촌을 잡아가서 문초를 겪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독일로 공부를 하러 가셨다는 걸로 알고는 있지만.. 국가를 국민이 잘 만나야 하고, 부모를 자녀가 잘 만나야 하는 것일 텐데.. 그게 내 마음대로 쉽사리 되지 않는 게 삶이다 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사교육 없이 다양한 교육 환경에 놓이게 키운 걸 쓰려는 생각을 하다 보니 타깃층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게 되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약 60개의 감방과 2개의 독방이 있어 수백 명의 '정치범'이 끊임없이 이곳을 들락거렸다." _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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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경험

저는 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만 같은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게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1인 시위로 경복궁 앞 교보문고 앞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에서도, (중략) 방송국 앞에서도, 국회 앞에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내용이 더 와닿고 그런 것 같습니다.


기록보관소

"10년 후인 1917년 가을, 나라 전체에 밀어닥친 혼란과 붕괴 속에 요새의 기록보관소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록들 대부분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살아남은 건 절반도 되지 않았다. (...)" _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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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꿈꾸고 있는 제게는 아래의 문장들도 마음에 가닿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운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제 경험과 생각은 쓰고 죽을 생각이에요.

다른 하나는 죽기 전에나 이룰지, 아니면 가족의 이야기를 쓰는 건 못하고 죽을지 그건 후세의 아이들이 써줄지 아무런 장담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건 굉장한 용기와 희생을 감수해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열 살 때부터 가족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자 마음먹는다. (...) 그리고 그들이 어둠에 숨기를 결정했다면 그 의무는 누구를 위한 걸까?" _p.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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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사랑한다. 과거를 사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다른 분들의 생각도 잠시 궁금해졌습니다.

"과거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과거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종종 있다." _p.587


할머니께 드리는 노래 선물


그래도 할머니께 밝은 노래 하나를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https://youtu.be/FO4r2P5U3UU?si=OpV2obQMQwRccV5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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