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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엄마 지니 Mar 10. 2024

<살인자의 기억법>




금요일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처음 느낌은 책표지가 빨간색이네, 그리고 장편소설인데 가볍다, 이 처음 느낌처럼 소설책 읽기 초보자인 에게 잘 읽히는 책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이 책을 모셔왔어요.


와! 엄청 잘 읽혀서 놀랐어요. 그리고 되게 재미있습니다.


처음에 느낀 점은, 무슨 살인자가 이렇게 지적이지? 시도 읽고 쓰고 알고 보니 수의사였어요. 자녀도 있는데 연구원이었고.. 이렇게 생각하며 읽었어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70세 살인자 노인과 기억, 망상, 그리고 복기. 그리고 그 어느 중간.




"한 남자가 찾아와 만났다. 기자라고 했다. 그는 악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그 진부함이 나를 웃겼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악을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말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_p.144-145




전반부, 중반부, 그리고 후반부를 읽고는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게 뭐지? 이게 맞는 기억인가? 내가 잘못 읽은 건 아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읽었어요.


마지막 이 책의 [해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속도감 있게 빠르게 읽고 집중한 건 해석 편에 설명이 나와 있어요.


남성적 소설?


젠더의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게 소설에는 있나 봅니다. 어릴 때부터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그래서 남성적 소설이 잘 읽히는 것일까요?


젠더를 콕 집어서 남성적 소설이라고 말한다는 게 고개를 조금은 갸우뚱하게 하지만 여성인 저는 아주 잘 읽히고 할아버지 살인자, 그리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70대 노인의 모습을 보게 되어 부디 저에게는 치매가 없는 삶을 살다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기도도 해봅니다.



..


저는 독자로 참 잘 읽히는 소설책을 만나서 기뻤는데 작가님은 이 책을 쓰면서 잘 써지지 않았다고 해서 독자가 잘 읽히는 책과 작가가 잘 써지는 책은 평행선이 아니라는 것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가라는 존재는 의외로 자율성이 적다. 첫 문장을 쓰면 그 문장에 지배되고, 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을 따라야 한다. 소설의 끝에 도달하면 작가의 자율성은 0에 수렴한다. 마지막 문장은 앞에 써놓은 그 어떤 문장에도 위배되지 않을 문장이어야 한다. 무슨 창조주가 이래? 이럴 리는 없다.


이번 소설은 유난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루에 한두 문장씩밖에는 쓰지 못한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꽤나 답답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주인공의 페이스였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아닌가. 그래서 마음을 편히 먹고 천천히 받아 적기로 했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_p.172


..


자주 김영하 작가님을 봬요. 물론 SNS에서지만요. 소통을 잘하시는 작가님은 어떤 계기로 이렇게 소통을 잘하시는 작가님이 되셨을지 예전부터 궁금했었어요.


남은 주말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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