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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Dec 05. 2020

생쥐와 딸기와 배고픈 곰

묻고 묻는 그림책

<묻고 묻는 그림책>이란 제가 11월 25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그림책으로 날 위한 글쓰기 모임>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만든 시리즈 글쓰기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11명이 매일 글을 쓰고 11시에 오픈 채팅방에 보여 그림책+글쓰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그러다 보면 그림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넘쳐 하나씩 시도해 보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로 서로 돌아가면서 그림책으로 질문하고 또 그림책으로 질문하는 시리즈가 탄생했어요.


저에게 질문해 주신 분은 향기난다님이예요

https://m.blog.naver.com/zara1004/222161091962

향기난다님의 질문은

"잃어버린 물건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무엇을 잃어버리셨나요?

그때 기분은 어땠나요?"

였어요.


이 질문에 답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생각했어요.

물건이라 하면 벌써 10년도 전에 미국의 올랜드 힐튼호텔에서 아이패드와 방수 카메라를 잃어버렸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거였는데요.

그건 딱 거기까지라 쓸 얘기가 없더라고요.


그런데요. 물건이 아니라 전 얼마 전에 '신뢰'를 잃어버린 사건이 있었어요.

물론 사람을 만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이런저런 일도 있지만요. 그래도 매번 같은 일이라도 겪을 때마다 상처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나 교묘했던지 잘 티가 안 났어요.

아니 주변 사람들이 서로 얘기하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면 '너만 아는 거니까 말하면 안 돼.'라는 말도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죠. 결국 거짓말들이 들통나고 주변 사람들이 떠나게 되었어요. 저도 결국 그 사람을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최근에 잃어버린 건 그 사람에 대한 '신뢰'였더라고 요.

그리고 생각난 그림책은 <생쥐와 딸기와 배고픈 큰 곰>이에요.


유명한 돈 우드, 오드리 우드 부부가 쓰고 그림은 돈 우드가 그린 책이에요.

이 책의 제목은 <생쥐와 딸기와 배고픈 큰 곰>이지만 끝까지 배고픈 큰 곰은 나오지 않아요.

생쥐야, 안녕? 너 지금 뭐하니?라고 그림책 밖에서 말을 겁니다.

누가 말하는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다 읽으면 과연 생쥐에게 계속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궁금하고 또 토론도 할 수 있어요.

생쥐는 딸기를 따려고 해요.

그러자 그림책 밖 누군가가 말해요.


"배고픈 큰 곰 얘기를 들어봤냐"고요.

그 배고픈 큰 곰이 딸기를 좋아한다고 하자, 생쥐가 흠칫합니다.

그리고 큰 곰이 딸기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자 생쥐는 온몸을 떨 정도의 공포를 느낍니다.


그림책 밖 누군가는 계속 곰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무리 숨겨도 딸기를 뺏을 것이라고 겁을 줍니다.


그런 생쥐에게 생쥐를 생각하는 척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와 반을 나눠 먹는 거라고요.

생쥐는 그 방법에 따라 그 누군가(그림책 밖에서 말을 거는 누군가)와 딸기를 반을 나누어 먹고 아주 편안한 마음이 됩니다.


정말 배고픈 큰 곰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생쥐의 딸기를 반을 뺏어먹은 사람은 누굴까요?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흔히 '가스 라이팅'이라고 하는 경우도 이런 경우이지요.

계속 공포감을 조성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더 인상적이었던 게 마지막에 생쥐는 아주 편안하게 있다는 거예요.

정작 배고픈 큰 곰이 있긴 한 건지, 자신이 왜 힘들게 딴 딸기를 반을 뺏겨야 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말이죠.


이 그림책의 영어 버전에는 뒤표지에 생쥐를 계속 위협하고 공포를 조성해서 딸기를 반을 먹은 건 여우라고 나와요.


이 책을 그림책 모임에서 읽어주고 '도대체 이 얘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라고 하면 다양한 대답이 나와요.

우리는 살면서 실체도 없는 공포에 속아 자신의 몫을 반을 내주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잃어버린 물건이 '신뢰'란 대답과 함께 다시 질문합니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크게 실망한 적이 있나요?"

이 질문을 프리스타일쪼아님에게 합니다.

받아주세요~~^^


https://m.blog.naver.com/rec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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