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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Dec 11. 2020

용기가 필요합니다.(ft. 백희나 알사탕)

일상의 더하기 빼기



백희나 알사탕


백희나 ‘알사탕’

"나는 혼자 논다."


구슬치기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놀기로 합니다. 혼자 놀기도 재미있다고 말해 보지만 사실은 아닐 테죠.



백희나 ‘알사탕’

새로운 구슬이 필요한 동동이는 문구점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왠지 표정은 슬퍼 보입니다.


백희나 ‘알사탕’

눈에 띈 새로운 구슬. 그런데 그건 구슬이 아니라 달고 맛있는 사탕이라고 하네요.



백희나 ‘알사탕’

낯익은 색깔의 사탕을 하나 먹으니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동..동..아... 동동아...여...기....여기 " 소파가 말하는 소리였어요.동동이는 용기를 내서 소파 옆으로 다가갑니다.그동안 소파의 고충을 알지 못했네요.

입안의 사탕이 녹자 이상한 소리도 사라집니다.


백희나 ‘알사탕’

이번엔 다른 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 봅니다. 그랬더니 역시...강아지 구슬이가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8년 동안이나 함께 했는데 그동안 강아지의 속마음을 몰랐습니다.


백희나-알사탕


아빠가 오셨네요. 폭풍 잔소리를 하시는 통에 듣기 싫어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자렵니다. 내 마음처럼 까칠한 사탕을... 또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백희나 -알사탕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아빠도 나도 사실은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걸까요?


다른 사탕을 하나 먹어 봅니다. 이번엔 밖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안녕안녕안녕안녕 안녕안녕안녕

저 멀리 친구가 오는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 남은 투명한 사탕을 먹었습니다.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그래서 내가 먼저 말하기로 했습니다.


“나랑 같이 놀래?”







결혼생활 11차.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만나 1년 조금 넘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그전까지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는 그저 내가 챙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일이 바쁜 상황이어서 인지, 원래 여자 마음을 못 읽는 남자 인지 연애하는 사람으로서 여자를 감동시키는

그런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는 나는 그 시절엔 그게 서운한지도 몰랐다. 그냥 콩깍지의 힘이 었으라....


결혼을 하고 살다 보니 나와 참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말하기 전에 주변을 좀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고, 남편은 내가 콕 집어 말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참다가 불만의 표시를 하면 “말을 하지 그랬어~”라는 속 터지는 소리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걸 꼭 말로 해야만 아느냐고 그렇게 외쳤는데 진짜 모르나 보다. 동동이처럼 알사탕 하나 입에 물어야 내 마음의 소리를 미리 들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다 잘한다는 건 아니다. 나의 단점 중 가장 큰 하나는 불같은 성질머리. 어쩌다 싸움이 일어나면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고 남편은 묵묵히 내가 쏟아내는 화를 듣고만 있는다. 그리고 “오빠가 잘못했어. 미안해~”라는 말로 상황을 종료시킨다. 처음엔 내가 승리자 같았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 싶은 생각에 고단수라며 비아냥 거릴 때도 있었다. 이쯤 되니 나도 '못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싸움의 발단이 남편 무심함 또는 내 생각과 달라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그렇게 한바탕 퍼붓고 나면 좀 미안할 때도 있는데 한 번도 미안하다 말한 적이 없다. 먼저 미안하다 말하는 남편에게 ' 맞아. 오빠 때문이야.' 라며 '내 잘못이 아니라 네 잘못이다.'를 강조했다.

 남편도 사람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도 큰 소리를 낸다. 그리고 예전처럼 바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서로 침묵의 시간이 길어져 어색한 시간이 흐르기에 내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해보려고 하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에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은  또 남편이다.  왜 유독 남편에게 ‘미안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도 알사탕 하나를 먹어야 하나보다.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도 있다. ) 상대방에게 쉽사리 꺼내기 힘든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기 위한 특별한 묘약이 있을까?  동동이처럼 말이다.







지난달부터' 나를 위한 그림책' 저자 임리나 작가 님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글쓰기 하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들의 글을 '브런치 매거진'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함께 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제겐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살면서 매 순간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theday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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