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도슨트 임리나 Feb 22. 2021

클럽하우스에서 12일(feat. 현진영과 목화씨)

<흐린 기억 속의 그대>에서 <나의 길>까지


1.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다

요즘 누구나 그렇듯이 친분 있는 사람들과 몇 개의 단체 카톡방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코로나 이후 타인과의 소통은 철저히 온라인에 기반을 둔 카톡방에 의지하고 있었다.

후렴구처럼 '코로나가 끝나면 만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온라인으로 나누던 차에 누군가 요즘 '클럽하우스'가 핫하다는 얘기를 꺼내며 중고나라에서 거래된다는 '초대권' 캡쳐 화면을 보내주었는데..,,

세상에나!!

100만원? 물론 상징적 의미라 추측하지만 '초대권'이 뭐길래 돈까지 주고 거래되는가 싶었다.

다행히 나는 지인에게 초대권을 받아 들어갈 수 있었고 가입 방법은 꼭 초대권이 아니더라도 가입 신청을 해두면 내 핸드폰 연락처에 있는 사람이 가입을 할 때 그 사람이 날 픽업해줄 수도 있었다.

정리를 하자면 가입방법은 초대권을 받거나, 가입신청을 해두고 가입이 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라고 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다지 어렵지 않다)


2. 몇몇 클럽하우스방에 돌아다니다.

클럽하우스를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pc통신 시절 '하이텔', '천리안'의 채팅방을 떠올리면 된다.

각 주제별로 채팅방을 개설하게 되면 그곳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과 흡사하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음성'이라는 것, 오로지 말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절대로 글로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침묵이 암묵적으로 이해되는 상황이나 방에 말없이 들어갔다가 말없이 나오는 것이 '예의없는'행동이 아니도록 잘 설계된 시스템이다  

방에 처음 입장하면 나의 마이크는 켜지지 않는다. 이른 바 '리스너(듣는 사람)'이 된다.

내가 손을 들어 스피커(말하는 사람)가 되거나 혹은 모더레이터(방장)이 스피커로 올려줘야만 한다.

그리고 방을 나갈 때도 'leave quietly'라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누구도 인사도 없이 나갔다고 욕하지 않는다.

그런데 pc통신 시절 채팅방과 다른 점을 얘기하자면 자신의 관심사 방과 팔로우(친구등록)한 사람의 방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어떤 방들이 있는지 전체를 알 수는 없다. 방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없다  

나는 흔히 내 관심사인 작가, 책, 여행, 연애....그런 방들을 돌아다녔는데 리스너로 듣기만 한 적도 있고 스피커로 말을 한 적도 있었다.


3. 현진영의 방에 들어가다

정말 우연이었다. 내가 왜 그 방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클럽하우스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있는데(내가 만나본 사람으로는 박중훈, 바다, 양파...등)단순 연예인 이름만 보고 들어갔던 것 같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현진영님이 20시간째 방송을 하고 있다는 놀라운 타이밍이었다.

연예인이건 일반인이건 20시간째 얘기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같이 이야기를 하는 일반인들도 어찌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나도 그들과 함께 이틀을 그 방에서 리스너로 머물렀다.

그렇게 이틀을 듣기만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현진영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분의 대화를 하는 태도에 '편안함'을 느꼈다.

몇몇 대화방에서의 느낌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느낌이었는데

'내가 여기 있어도 되겠구나....'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마치 박제가 된 것처럼 머물며 장장 10일쯤 보낸 것 같은데.....

평소라면 듣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흥미진진했다.

문제는 그곳이 음성으로만 소통되는 곳이라 밖으로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는데 그래서인지 그 안의 이야기들이 밖으로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4. 현진영에게서 배우는 소통

그렇다면 꼭 얘기해야 할 게 왜 현진영방이 24시간 돌아갈 수 있는가?이다.

현진영이라서? 클하(클럽하우스)에 출몰하는 연예인들은 많다.

현진영은 특별한 입담을 과시하지도 않고 또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하지 않는다.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인데 그 자기소개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한다. 자기 소개에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프로필에 쓰여 있는 내용과 인스타를 보며 질문을 하며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라는 친근함을 전달한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은 편인데 이것도 클하에서 다소 아웃사이더가 되기 쉬운 사람들이 응집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마 이렇게 다진 의사소통이 방의 전반적인 기조가 되어 사람들은 항상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또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해외에 사는 분들이 국내 분들의 빈자리를 채우게 되는데 주로 듣기만 하는 내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고 느끼는 건 내가 일본에서 혼자 살며 일했던 10년간의 세월 때문이었다.

그 때의 외로움을 어찌 다 말로 하리오.

그 때는 메신저를 한참 쓸 때라 나는 자판을 일본어에서 한글로 한글에서 일본어로 아주 빠르게 전환하고 타이핑 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었다. 그렇게라도 한국어로 커뮤니케이션이 하고 싶었다.

그 분들이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재미있고 그리워서 그 방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외국분들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코로나로 일이 없다'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핫한 곳처럼 여겨지는 그곳에서 정작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한 상실'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5. 현진영과 목화씨

현진영은 누구나 알 듯이 힙합 1세대이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라는 히트곡과 후드티와 힙합 청바지로 X세대의 효시가 된 현진영은 스스로를 '힙합 문익점'이란 표현을 썼고 그의 팬으로서 우리는 '목화씨'라고 칭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현진영 노래를 좋아하는 팬'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 '목화씨'라는 것인데 어제 현진영님이 말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였고 그걸 착상으로 곡을 쓰겠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며 예술가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영감'은 재능이 아니라 '소통'에서 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주저없이 '목화씨'가 되기로 했는데 이제는 자부심마저 느낄 정도니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보다.

하지만 나도 현진영과 목화씨들의 이야기가 내 얘기 같은 걸 어쩌랴.


그리고 그는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불렀던 가수가 아니라 <나의 길>을 부르고 있는 가수다  

https://youtu.be/Ll_Vy3DN_5o


아직까지 클럽하우스의 사용법, 클럽하우스의 소감만 나오는 이 때에 특정 클럽하우스방을 언급하는 글은 없는 것 같아 작성해 본다  


새로운 커뮤니티 플랫폼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겉핥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경험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는 것도 깨닫는다  






작가의 이전글 라이트 어게인(Write Again)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