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도슨트 임리나 Feb 20. 2024

글쓰기로 상받은 이야기-사람들이 읽는 책을 만들자


시작은 아이의 과외 선생님의 갑작스런 '수업불가' 통보였다.


수업을 이틀 남겨 놓은 상태였는데 무엇보다 문제는 그 날 내가 학교 수업을 나가야 해서 그 시간에 맞춰 아이 수업을 넣어놓은 거라 나는 빨리 다른 선생님을 구해야만 했다. 


그때 떠올린 것이 '숨고'였다.



동네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며 과외 선생님을 구하기 어려운데 어디서 구하느냐는 얘기를 나누다가 많은 엄마들이 '숨고'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선생님을 구한 후에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나는 숨고에 들어가 선생님 구한다는 내용을 올려 놓았다.


숨고는 이사할 때, 입주 청소할 때 몇 번 써본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연락이 온 선생님 중에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 있어서 통화까지 했다.


알고보니 우리 동네로 수업을 다니는 선생님이고 마침 그 날, 그 시간이 비어 있었으며


주로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마침 4학년 아이를 한 명 가르쳐보고 싶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을 구할 때 의외로 가장 힘든 게 '시간 맞추기'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시간이 안맞으면 그림의 떡이다.


마음에 드는 선생님과 시간까지 맞다니. 


나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케이를 했고 그렇게 화요일에 마음 놓고 수업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들어간 <숨고>에서 문득 생각난 게


나도 '글쓰기 고수'로 숨고에 등록해두었다는 생각에 어떤 의뢰가 들어왔는지 살펴보았다.


실은 가끔 '글쓰기 고수'를 구한다는 알람이 오긴 하지만 무시하기도 하고 막상 들어가봐도 성사되는 일은 없었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의뢰를 살펴보는 중에 '인터뷰집 발간 하는데 자문을 의뢰한다.'라는 내용의 다소 애매한 일이었다. 


책발간 하는데 자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견적을 보냈다.


상대방은 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자신이 기획하는 일과 잘 맞을 것 같다며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고  메일 주소를 알려주니 답장이 왔는데


시청의 주무관이었다.



나는 시청에서 숨고를 쓴다는데 놀랐고 두고두고 왜 숨고에 올렸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은 


<<마을 안전 책자>>만들기였다.



첫번째로 내가 '글쓰기 강의'를 2-3회 해야 했고


두번째로는 인터뷰해온 글쓰기를 '윤문'해야 했고


세번째로는 책자 제작 과정에 '자문'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우선 글쓰기 강의가 시작되었다.


1회-기본 글쓰기, 2회-인터뷰 글쓰기 3회-책자 기획회의



처음부터 내가 강조한 것은 

사람들이 읽는 책을 만들자

였다.


관공서의 책이라면  '공짜로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홍보책자'로 생각되는 게 보통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책을 들춰볼 수 있도록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제목부터 정했다. 전년도 책 제목은 '마을안전책자'였는데 이 제목으로는 아무도 안 볼 것 같으니 제목을 바꿔보자고 했다. 그래서 지은 제목이 


<<행복은 곡선, 안전은 직선>>

이었다. 동네 이름이 곡선이라 안전의 키워드를 넣어 이렇게 지어봤다.


그렇게 인터뷰가 진행되고 글들이 모아졌다.

나는 글들을 읽기 쉽게 매끄럽게 이런저런 형식을 고민하고 다듬던 중에 


공통 키워드를 발견했다.  

'주차난'이었다.


글을 거의 다 고쳐갈 무렵에 의문이 들었다.


왜 '주차난'이 이렇게 많이 얘기할까?


그래서 나는 수정하던 원고를 잠시 덮어두고 차를 몰아 그 동네로 향했다. 


동네의 관공서들을 몇 번 이용해봤지만 실제 동네 안으로 들어가본 적은 없었다.


나는 차로 돌아보며 주차난을 실감했고 주무관님에게 '주차난'을 특집 기사로 쓰자고 제안했다. 


주무관님도 흔쾌히 내 의견에 동의를 해주셔서 주차난 특집 기사를 쓰기 위해 기사를 찾아보고 직접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도움이든 정신적인 도움이든.


그러기 위해서는 '읽혀야만'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가지 추가 페이지를 넣기도 했다.




그렇게 책은 완성되었다.




그런데 지난 달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수원시가 여성친화도시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이 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얼마 전 이 동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이 책자를 들고 가서 면접을 보고 합격을 했다.



이 책에 참여한 인터뷰이, 인터뷰어 등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작가로서 내 책 작업을 할 때도 그렇지만, 이렇게 다른 작업을 할 때도 '사람들에게 읽히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반드시 보상은 따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생각하면 신기한 게 타이밍이다.


어쩌면 그 타이밍에 내가 숨고를 들어가서 연결이 되었는지 말이다. 


시청 주무관님도 작가 구하기 어려웠다고 하는 걸 보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접점'이 아닌가 싶다. 


'접점'만 찾아내면 많은 일들이 해결된다.


아래는 책자 작업과 수상에 관한 기사입니다. 


https://news.suwon.go.kr/?p=40&viewMode=view&reqIdx=202402072347030498









작가의 이전글 <앙코르 특강: 2.22/29> 강사 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