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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Jun 08. 2024

전시회, 쫄지 않고 관람하는 법

요즘 미술 전시회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놀랄 때가 많다.

"언제부터 이렇게 미술 애호가가 많았던 거야?"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예약이 어려운 전시부터 입장 대기도 몇 시간인 전시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관람한 전시에서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느냐는 별개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전시라고 해서 갔는데 다리만 아프고 생각보다 그림이 별로라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들이 유명하다고 하니까 그저 '다녀왔다'라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 경험담으로 추측한 내용이지만..)


우리는 전시 보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그냥 느끼는 거지 무슨 해석이 필요해?"라고도 한다.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해'에 대한 욕구가 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도 그 사람의 배경을 궁금해하며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듯이 예술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냥 보는 것'으로 부족하다. 우리는 이해하고 싶어 하고 또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과 친밀해지는 것처럼 이해할수록 예술과 친해진다.


유명하다는 전시회를 보고 와서 별 감흥 없이 혹은 '난 그저 그랬다'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또 그렇게 말하면 없어 보일까 봐 아무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한때 나도)을 위해 미술 전시 관람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시간을 충분히 잡는다.

시간을 충분히 잡는다는 건 영화나 드라나와 책의 차이를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내 맘대로 시간 조정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장점이라면 시작과 끝이 명확하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집중을 하든 안 하든 저절로 끝내주니 책과 달리 '완독'이라는 부담감도 없다.

어쨌든 끝이 난다.


그러나 책은 내가 읽어야 끝이 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독을 잘하지 못한다.


미술관은 영화와 책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일단 다 걸으면 끝난다.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아도)


처음에는 제대로 봐야지 하다가 점점 지루해지고 얼마나 남았지 하다가 그 담엔 여기서 유명한 작품이 뭐지 하다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는 나머지는 후딱후딱 지나 출구로 나온다.

(보통 이런 패턴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뉴욕에 갔을 때였다. '매트로폴리탄미술관' 관람 시간에 대해 각 나라마다 관람 시간을 달리 적어놓은 게 신기했다.

한국 여행책자는 2시간, 일본 여행 책자는 4시간, 뉴욕 여행 책자는 일주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뉴욕 여행 책자를 신뢰했고 어마어마하게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 시간이 개인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무언가가 되려면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2. 전시 제목을 이해한다.

우리는 전시 제목보다 화가의 이름으로 그 전시를 말한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고 있는 '뭉크전'도 그렇다. '뭉크전'이라고 하지 그 전시의 제목을 말하지 않는다.

전시의 제목은 <비욘드 더 스크림>(번역하자면 스크림을 넘어서)이다.

뭉크의 유명 작품은 단연코 <스크림(절규)>이고 많은 사람들이 뭉크를 그 이상 그 이하도 생각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뭉크를 <스크림> 그 이상으로 접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또 지금 현대 미술관에선 '자수 전'이 한창이다. '자수'를 역사별로 모아 전시하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이 전시 제목은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다.

그렇다면 왜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일까? 큐레이터 설명으로는 예술에서 마이너 한 취급을 당한 자수가 예술이 되기 위해 애썼던 그 모습이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과 같았고 실제로 자수 작품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렇듯 벌써 제목만 제대로 이해해도 전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3. 섹션마다 의미가 있다.

보통 전시는 섹션을 나누게 된다. 그 섹션은 전시의 주제를 충실히 담고 있어서 섹션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관람한다.

섹션은 연대기별로 나눌 수도 있고, 그림의 방식이나 주제별로 나눌 수도 있고, 지난번에 에드워도 호퍼전에서는 장소별로 나누기도 했다. 전시의 제목은 '길 위에서'였다.


4. 도슨트 설명을 듣는다.

도슨트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다. 누가 설명해 주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생각하고 느끼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슨트 설명을 한 번쯤 듣는 것은 도움이 많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한 번은 홀로 감상하고 한 번은 도슨트 설명을 듣기도 한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도슨트 시간을 체크하는 것도 좋다.


5.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디오 가이드는 보통 기계 대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여하는 사람이 많으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요즘엔 핸드폰 어플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게 해 놓은 경우가 많아서 편리하다. 단, 이어폰을 꼭 가지고 가자. 

다만 오디오 가이드의 경우 전 작품이 있지 않고 작품을 골라서 만들어 놨기에 아쉬운 경우가 있는데 좋은 전시일 경우 오디오 가이드의 완성도도 높다.

입구에 QR코드를 찍게 해 놨으니 꼭 확인하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그림을 감상하면 주변 소음이 차단되어 감상하기 좋다.


6. 동영상을 꼭 보자

요즘 대부분은 동영상을 같이 전시한다. 동영상이 작품이기도 하고 다큐 영화이기도 한데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영상이 많아서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경우가 많다.

다만 길게는 1시간 상영하는 경우도 있으니 정말 시간 여유를 두고 관람해야 한다.


작년에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내셔널 갤러리 전'에서는 작품마다 액자가 너무 예뻐서 액자 구경을 한참 했는데 전시 말미에 '액자 만드는 법' 동영상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림을 빛나게 하는 액자도 예술품의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짧은 동영상도 작품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7. 다리가 아프면 쉬자

모든 전시는 관람자의 동선을 고려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만약 없다면 그건 좋은 전시가 아니다. 다만 어느 때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예술은 '빨리빨리'와 가장 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에서 관람을 재촉하는 사람이야말로 예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곤하면 명작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온다.

다리가 아프면 잠시 쉬었다가 나머지 작품을 관람하자. 


예술이 밥을 먹여주지 않지만 살면서 소모된 영혼의 굶주림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은 창작자만이 아니라 '관람자'도 중요하다.

나는 훌륭한 예술가 한 명과 그 예술을 관람하는 관람자 한 명의 영혼도 똑같은 무게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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