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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ug 20. 2024

대기업 동호회 첨삭지도 후기-글쓰기와 인생


'대기업'이란 단어처럼 애매하고 민감한 단어가 없을 것 같은데 익명의 표현으로 '대기업'이라고 쓴다. 



어느 날, 인스타 DM으로 문의가 왔다. 


회사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의 글을 개별 첨삭으로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보통은 '강연을 의뢰합니다.'라는 내용으로 먼저 오고,  그다음에 강의  주제를 논의하고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순서로 흘러간다. 


이렇게 강연이 아닌 '개별 첨삭'으로의 문의는 거의 처음이었다.


그래서 진짜 강의는 아니고 개별 첨삭이 맞는지  한 번 더 파악하고, 의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뢰인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나는 강의를 하면서 늘 '개별 첨삭'을 염두에 두고 있고, 강조할 때도 많아서 강연보다 '개별 첨삭'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을 텐데 나의 '개별 첨삭'의도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는지도 궁금했다.


<<연금술사>>에서 말하듯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주는' 개별 첨삭인 건가 싶기도 했다.



동아리 모임은 총 11명, Zoom(화상)으로 1 대 1 개별 첨삭을 원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분들이 다 같은 회사도 아니며(다 각기 다른 계열사) 지역도 아니라고. 



모임 분들은 같은 회사에 어느 정도 같은 환경에 있다고 치더라도 나만 외부인이니 


나는 그분들의 생각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조차 잘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각자 1시간 동안 개별 첨삭을 하려면 나는 파악할 것이 아주 많았다.



내가 하는 개별 첨삭이란 '자소서'를 잘 써서 학교나 회사에 합격용 첨삭이 아니라


취미로 혹은 앞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분들을 개별 첨삭하는 거라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 문장을 아주 잘 쓰게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국어 문법책이라도 찾아서 알려줘야 한다.


말 나온 김에 <한국어 기초 사전>을 추천한다.

https://krdict.korean.go.kr/kor/mainAction



외국인을 위한 사전이라는데 이미 글로벌 시대에 한국어가 헷갈리는 우리들에게도 아주 유용하다.



그리고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어요.'라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 땐 왜 쓰고 싶은지도 같이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주 광범위한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첨삭을 바라는 글의 파악을 위해 형식만이 아니라 내용도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에는 '물리학' 지식도 필요했다.  


하지만 즐거웠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내게 물리학이란 단어는 고등학교 때조차 선택하지 않고 배우지도 않은 과학 과목 하나로 잊혔을 것이다. 



이번 개별 첨삭 과정을 나 또한 정리해 보기로 한다.



우선 내가 사용한 도구들이다. 


11명의 온라인 개별 첨삭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서로가 시간을 아끼고 또 정보 파악을 위해서 필요한 도구들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늘 내가 애용하는 '구글 독스'가 내 일을 거의 반은 해준 것 같다.



              스프레드시트-일주일 동안, 개별 첨삭 가능한 스케줄 공유            


              구글 설문지-첨삭 사전 질문지로 파일 첨부까지 가능함.            


              구글 문서: 문서 공유            


              노션-전체 공지 사항과 공유 사항으로 활용. Zoom 주소도 이곳에 날짜별로 기입해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함.            


              Zoom-이건 뭐 말할 것도 없다. 아마 오프라인으로 1 대 1을 하면 서로 얼마나 피곤했을까            




나는 회사를 그만둔지 벌써 13년 차다.


한국 유명 일본 지사 게임 회사의 웹기획 실장이 마지막 회사 경력이다.


그때 나는 그만두면서도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 덕인지 그때 이후론 월급이 아닌 프리랜서로 돈을 벌고 있다. 



그런 내가 이번 기회에 나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는 아주 짧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회사 일 외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많았다.


'일도 피곤하고 힘든데 뭘 한다고?' 이런 마음이었다.


술은 마셔도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 시간 외에 따로 시간을 내서 동아리를 하는 모임 분들의 성실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개별 첨삭 시간도 업무 외 시간에 했고, 나 또한 시간을 내야 해서 주로 밤 8시에서 11시까지 했다.



그렇지만 나도 회사 외에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시작했던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심리학'공부였다.


그 당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었는데


토요일은 무조건 쉬거나 놀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요일을 선택했다.


일요일 오후 3시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시간이면 늦잠 자고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6개월을 지내고 심리학 공부를 마쳤을 때 나를 변화시킨 것은 '심리학'이 아니라


'매주 외출'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때까지 인생에 있어서 일요일 오후 3시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일요일 오후 3시란 나에게 그저 휴일로 퉁치는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었는데


일요일 오후 3시의 전철, 사람들, 거리의 상점들을 내 눈으로 보며 스쳐가며 이 순간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가를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회사 글쓰기 동아리 그것도 한번 스쳐가는 개별 첨삭 강사의 역할을 1시간 수행하면 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변화를 위해 시간을 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1시간이란 단순한 수치의 시간이 아닌  '밀도'가 다른 시간이 된다.


그래서 서로가 같은 밀도의 시간을 경험하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늘 글쓰기 강의를 하며 많이 배운다. 


이번에는 인생은 시간 그 자체가 아닌 밀도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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