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버려야 할 것들 BBvsAB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삼시 세끼란 말이 아이가 생기고나니 왜 그렇게 그립던지...
케이블 티브이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목으로 쓰이기도 하는 '삼시 세 끼'라는 평범한 단어가 요새는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생기기 전에 삼시 세 끼를 정확히 먹지 않을 때도 많았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더욱 삼시세끼를 잊을 정도로 지냈다.
일본에서는 이미 정해진 식사 시간이란 의미가 많이 옅어진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점심시간도 12-1시로 정해진 것도 없었고
야근을 해도 따로 저녁을 먹지 않고 10시 정도까지 쭉 일을 하고
집에 가서는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처음에는 아주 어색하고 또 견디기 힘들었지만
오랜 일본의 직장 생활 동안 나름 적응해서 10시까지는 밥 안 먹고 일해도 서럽다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삼시 세 끼'는 무언가 이상적인 느낌으로 인간이 도달해야 할 목표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바빠서 아침을 굶는 경우는 있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은 12시 전부터 먹거나
하루 일과를 끝낸 저녁은 고기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보통인데
아이가 생기고는 이런 생각은 엄청난 사치였다.
삼시 세 끼를 꼬박 먹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면
밥을 차려주고 밥을 먹을 동안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있어도 좀처럼 맘편히 밥을 먹을 수 없다.
아무리 먼저 분유나 모유를 먹인다고 해도 밥을 먹는 동안 내가 밥에 집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안아준다고 울거나 혹은 놀다가 넘어지거나, 응가를 하거나 기타 등등
나는 처음에 밥을 먹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흐름이 끊겨서인지 입맛이 딱 떨어져서 다시 수저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매번 식사를 하다 마는 상황이 되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자 먹다가 흐름이 끊겨도 다시 먹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처음 먹을 때만큼의 의욕과 입맛은 없지만 다시 언제 배불리 먹을지 모른다는 절박함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미스터리는
분명 제대로 못 먹고 있는데 살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못 먹으면 당연히 다이어트가 되겠지 하는 안이함마저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