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십이 될 줄이야

안늙을 줄 알았지?

by 북도슨트 임리나

여자에게 물어보면 안되는 질문이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나이'와 '결혼여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오십'이란 내 나이를 서두로 밝히는 이유는

전혀 오지 않을 것 같은 나이인 '오십'이 되고 보니

처음부터 '나이'를 밝히게 되면 관계가 편해진다는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람관계만이 아니라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예전에는 책의 저자 나이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왜냐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저자의 나이도 유심히 보게 되는데 나이를 알게 되면

책을 읽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는 '정신적' 감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온'몸'이 오십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30대초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일하던 때

별거 아니지만 잊을 수가 없는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인터넷에서는 20대 게시판, 30대 게시판 등등

연령대로 묶는 자유게시판이 유행을 했었다.

연령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 받다보면 서로들 친해져서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남녀의 연애는 물론 결혼이 성사되기도 했다.

게시판을 담당하던 나는 그때 의레적으로 연령별 게시판을 만들면서

20대, 30대, 40대 게시판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문의가 왔다.


'50대 게시판은 왜 없나요? 몸 아픈 얘기도 해야 하는데......'


이 한 마디에 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연령별로 게시판을 만든 이유는 그 때 유행하던 하나의 흐름이었을 뿐

나이별로 이슈가 크게 다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나에게 나이는 40까지만 있었고 50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50대의 이슈가 몸 아픈 이야기라니....

당시 20년 앞을 내다보는 재주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은 있어서인지

당장 50대 게시판을 만들었고 그 게시판은 상당히 활성화가 되었다.

나는 만들기는 했지만 그 게시판의 내용을 들여다 보지는 않아서

(정말 30대가 50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일이 있을까?)

정말 몸 아픈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올라오는 게시물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60대 게시판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은 없었고

50대 이상이 그 게시판에서 활동을 하는 모양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인생의 큰 분기점은 '오십'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후에 그 사건은 잊혔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사건을 기억하면서 살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오십이 되어서 갑자기 몸에 여기저기 비상이 걸리며 그 사건이 떠오른 것이다.

오십이 되어 더 이상 '어린 아이'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은 '몸 아픈'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에게 영원히 오십 따위는 오지 않을 줄 알았다.

몸은 오십이 되어도 머릿 속에 오십은 없었다.

그리고 다들 말하지 않는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하다 된통 당했다.

온 '몸'이 나에게 넌 '오십이야'라는 메시지를 충격적으로 전해주기 시작했다.


그 충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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