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며?!
나에게 어깨의 통증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서른 살, 뒤늦게 시작한 직장 생활이 벤처 초기 시절이었던 터라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는 일이 보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만성 어깨 통증을 달고 살게 되었고, 일본으로 건너가 게임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일년에 한두번씩 목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어깨가 아팠고 그럴 때 의사 처방은 일을 쉬어라, 누워 있어라 등, 주로 움직이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일과 멀어져 전처럼 심한 어깨 통증은 느끼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어깨 통증은 일 때문에 생겼던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딱 오십이 되던 해에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뒤늦게 키우는 아이를 많이 안아줘서 육아로 인해 생긴 통증이라고만 생각했다.
손이 저리기도 했지만 '육아 때문에 힘들어서..'라고 그렇게 자잘한 통증들을 스쳐 지나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팔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 이 시점은 통증을 지나 마비(?)가 온 게 아닌가 싶다.
그때부터 시작된 일상생활의 불편들을 열거하자면
뒤에 지퍼 있는 옷을 입지 못한다, 머리를 감기 힘들어진다, 자동차 핸들을 돌리기 힘들어진다, 등등이었는데
뒤에 지퍼를 올렸다 내리는 일은 남편과 딸에게 부탁을 했고 머리를 감는 일은 양손이 아니라 한손씩 써서 감았고 자동차 핸들을 돌리기 힘들어지자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한의원을 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오십견이라는 진단과 몇 번의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아서 동네 정형외과를 갔더니 의사는 깜짝 놀라며 주사 치료와 물리 치료를 처방해주었는데 진전이 없었다.
단순한 통증이었다면 견뎌 보려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불편함'이었다.
슬슬 가을이 되어서 쟈켓을 입게 되었는데 심지어 쟈켓을 벗고 입는 것조차 불편해져서 외출할 때 실내에서 혼자 옷을 못벗으니 누군가 만나기가 겁이 났다.
또 매일 감아야 하는 머리를 시원하게 감지 못하니 나이 들어서 악취를 풍기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고
자동차의 핸들을 돌리지 못하자 외출이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답답하기만 했다.
결국 대학병원을 예약하고 진료하게 되었는데 내 인생의 처음 큰병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여자들이 겪는 '출산'이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건강하게 지낸 편이라 그런지 병원은 동네 병원이 전부였던 것이다.
대학 병원의 예약의 어려움과 진료 과정도 아주 낯설었는데 예약이 어렵다고 말로만 들었는데 내가 막상 예약하려고 보니 병원 예약을 해놓고 죽는 사람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한 두달 후에나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일에 막상 병원에 갔더니 정형외과에서 재활의학과로 물리치료실로 그야말로 병원 뺑뺑이를 제대로 경험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 소득은 있었다.
젊었을 때 통증의 처방은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 것과 달리 '움직여야 한다'가 처방이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그 병원의 물리치료실에 다니게 되었는데 보통 헬스클럽에서 받는 P.T같은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통증을 이기며 활동범위를 넓히는 게 나의 최대 과제가 되었다.
일주일의 한번 치료를 받고 집에서 짬짬히 스트레칭을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는데 병원에 다니는 것도 꾀가 나서 슬슬 가기 싫어지면 예약을 미루기도 여러 번 했고, 또 집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말도 잘 지키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치료는 효과가 있어서 활동 범위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오십견이란 건 다른 전문 병명이 있지만 '나이 들어 굳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의사마다 나에게 어깨를 다친 일이 있냐고 묻길래 '왜 그걸 물어보시냐'고 했더니 정확한 원인을 알려는 매뉴얼 같은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다치지 않아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냥 나이가 드는 것만으로 어깨가 굳어진다는 뜻이리라.
이쯤되면 '젊었을 때 운동을 열심히 하면 나이 들어 좀 더 건강할 수 있다'라는 교훈을 이야기 하려 한다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 효과가 아주 크다면 '오십견'이란 말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뒤집고 기고 걷고 하는 그 과정처럼 노인들에겐 몸이 굳어가는 것 또한 인간의 과정이 하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는 말도 일정 범위에서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마도 20-40대정도가 아닐까.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개월 수, 일 이년의 차이는 엄청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노인도 마찬가지이다. 일흔쯤 되는 노인에게 숫자에 불과하단 이야기로 모든 시도를 응원할 수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도 인생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성장와 과정과 노화의 과정은 다르다.
하나 뿐인 내 인생이 한번 뿐인 노화를 겪고 있다. 그러니 내게는 낯설다. 그리고 또 적응과 극복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리고 하나 뿐인 내 어깨도 조금 더 사랑해주어야겠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