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장관의 흰머리가 멋있다고?
흰머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염색은 선택의 문제로만 생각했다.
혹은 아름다움을 위한 유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미용실에 갈 때는 파마나 커트를 하러 가면서 염색을 할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미용사의 권유로 유행한다는 색을 염색하기도 하고 아니면 이번에는 염색을 안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염색만을 위해 미용실에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40대부터였을까?
염색은 더 이상 미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필수가 되었고 파마나 커트를 하지 않아도 오로지 염색만을 위해 미용실에 가기도 했다.
나 뿐만이 아니다 싶은 게 사람들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흰머리가 보이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의 사람도 다들 검은 머리를 잘만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흰머리가 보이는 게 싫어서 흰 머리가 거슬릴 때면 염색을 했는데 처음에는 두 달 간격으로 해도 괜찮았는데 점점 그 간격이 짧아지더니 염색한 지 일주일만 되어도 흰머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집에서도 종종 염색을 해야 했는데 다음 날 중요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염색이기도 했다.
그리고 염색을 직접하는 염색약이 아니라 흰머리를 빠르게 감출 수 있는 각종 헤어용품도 구매를 해서 사용했다.
그러던 즈음에 모장관이 여자이면서 흰머리인 채로 등장해서 화제를 모았다. 모장관의 머리가 화제가 된 것도 아이러니한 게 남자가 흰머리로 등장하면 화제가 안되는데 여자가 흰머리로 등장했다는 건 여러 가지 진취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화제가 되었다. 모장관의 흰머리는 어떤 용기, 결단,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가지면서 '흰머리도 멋있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지만 과연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단적으로 일반인이 아니라 장관이라서 괜찮았던 게 아닐까 싶다.
내 이야기는 장관이란 지위 때문에 괜찮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모인 자리,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자리에서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섞여 있다고 할 때 흰머리가 더 나아 보일 이유가 있을까?
흰머리의 누구라고 스포트라이르를 비추지 않는 곳에서는 굳이 흰머리가 멋있다고 말 할 상황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생각은 내가 겪어보기 전까지는 흰머리의 사람들을 보면 '염색 좀 하지' 이런 생각이었다.
더 심한 생각은 '게을러서' 흰머리를 방치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가 흰머리가 많이 보일 때면 '염색 좀 하세요'라고 서슴지 않고 지저질을 했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염색약이 가렵다고 했을 때 '좋은 거 쓰세요'라고 간단히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겪고 보니 나는 더 심했다. 염색약뿐만 아니라 간단히 쓴다는 새치커버마저 쓰고 나면 머리속이 가려워 미치 지경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올해 들어 갑작스러운 두드러기로 인해 온갖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을 스스로 찾아보라'라는 답을 듣게 되었는데 나름 내가 찾은 이유가 '염색약' 때문이라는 거였다.
염색을 중단하고 나서야 두드러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는데 솔직히 원인이 그거라고 단정할 순 없어도
더 이상 겁이 나서 염색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흰머리가 도통 신경이 쓰여 죽겠고 나는 모자를 선택했다.
간혹 모자를 벗은 나에게 돌아오는 얘기는
'어머 흰머리가 그렇게 많았어요?'이다.
내가 장관이 아니라서 그런지 누구도 나에게
'흰머리가 멋있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 말 없는 그들의 마음속을 마치 나는 들여다본 것처럼 예전의 나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안다.
나 스스로도 흰머리가 멋있다는 이유로 합리화 하기 싫다. 흰머리를 염색할 수 없는 내 신체상태가 싫고
'나도 흰머리가 싫어요'라고 외칠뿐이다.
혹자는 늙은 나를 받아들이라고 한다.
정신적 늙음은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면 그건 보이지 않는 거니까. 그것보다 어려운 건 이렇게 신체적 늙음이 아닐까. 왜냐면 남에게 보이는 것이기에.
내가 고른 사진 흰머리의 노부부가 누워 있는 저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커플들 속에 함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저 노부부의 사진에 시선이 갈까?
그래서 모장관의 흰머리가 멋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많은 사람들은 염색을 선택하는 것이다. 머리 색만으로 노인 취급받기 싫어서...
아니면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의 행동이 '염색' 아닐까.
이제 염색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조차 못하게 된 상황에서는 나는 누구의 흰머리도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나간 젊음이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