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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08. 2021

라떼는 좋은데 우유는 별로일 수 있잖아

선택의 다양성이 있는 커피

라떼(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뜻이다.

그러니 "라떼를 좋아해."라는 건 "우유를 좋아해."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많은 외래어 혼용 단어들이 그렇듯, 우리는 보통 우유에 에스프레소샷이 들어간 커피음료를 라떼라고 부른다.


나는 보통 하루에 두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

평일 아침엔 모카포트나 핸드드립으로 내린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회사 점심시간에는 근처 스타벅스나 개인 카페에서 소위 말하는 남타커(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신다.


달달한 음료를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를 마시는데, 특히 요즘처럼 가을 날씨가 짙어질때면 따뜻하고 부드럽게 스팀된 카페라떼가 얼마나 당기는지.


하지만 밖에서 라떼를 사 마실 땐 항상 2% 아쉬운 마음이다. 부드러운 첫 입은 너무 맛있는데,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어김없이 몇 시간 뒤엔 배가 아파온다. 화장실을 가고싶지 않아도 명치 쪽이 콕콕 쑤시는 그 느낌. 술도 마실 때 행복하지만, 마시고 나면 괴로운 것처럼.


그래서 보통 집에서 라떼를 만들어 마실 땐, 우유를 제외한 다양한 대체음료(?)들을 애용한다. 오트밀크, 아몬드우유를 포함한 견과류 음료, 두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까지 여러 제품들을 구비해놓고 사용한다. 배가 아프지 않아서인지, 입맛에 더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맛엔 훨씬 더 맛있다고 느껴진다.


최근 빠져있는 오트밀크로 만든 아이스 라떼


우리도 다양하게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우유도 내 마음대로 선택하고, 건강 상태에 맞게 설탕 종류도 내가 고르고, 커피는 먹고 싶지만 카페인이 두려운 나 같은 위염 환자를 위해 디카페인 커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내어놓는 천편일률적인 커피메뉴보다(물론 맛있다), 나만의 커피를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20대 초반, 벤쿠버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만 해도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그대로 시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레시피가 있었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레시피가 떠오를 정도였다. 우유 종류만 4개, 설탕 종류만 5개가 넘었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보다 커피 값도 훨씬 비싼데, 커피 하나 내 마음대로 못 시키다니!


그래도 요즘엔 스타벅스에 오트밀크 옵션도 생기고, 개인 카페에서도 소이 라떼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내 마음대로 옵션을 이리저리 바꾸다 보면 커피는 원래 가격의 1.5배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열심히 소비해줘야지, 집에서든 밖에서든 나같은 소비자들이 많이 소비해주면 기업에서도 선택의 폭을 더 넓혀주지 않을까.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오트밀크에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투샷을 내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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