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최고는 이불속에서 듣는 빗소리
여름밤에 듣는 빗소리는 치유의 힘이 있다.
그날의 일상이 조금 힘들었더라도 가만히 누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다 보면 이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세상의 크고 작은 소음들을 가려주기도 하고, 괜찮다고 토닥거려주는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는 정화와 위로의 기능이 분명 있다.
올여름 빗소리를 들었던 장소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제주의 한 LP바였는데, 통창에 비가 토닥토닥 부딪히는 소리에 좋아하는 재즈 음악까지 함께 들리니 그보다 더 호사스러울 수가 없었다.
사실 비가 올 때 밖에 나가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다.
특히 아무렇게나 입고 나갈 수 없는 출근길이나 미팅이 있는 날이면 우산과 내 몸이 짐처럼 느껴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온전히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내 시간에 듣는 빗소리는 더 소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공간에서 듣는 빗소리도
친구들과 술 한잔 하다가 만나는 갑작스러운 소나기도
샤워하고 나와 포근한 이불속에서 듣는 빗소리도
모두 나를 잠깐 멈추게 하는 치유의 힘이 있다.
습한 여름, 시원하게 비가 내리고 난 뒤 느껴지는 잠깐의 청량감.
빗방울이 햇빛이 반사되면 더 선명해지는 초록.
여름이 가기 전에 더 많이 듣고 느끼며 이 계절을 사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