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주는 이야기

커피 1 by 선주

by 플로우지니



커피에 대한 글을 쓰자고 했을 때부터
며칠 동안을 열심히 고민하고 써 보았어요.
첫 문장은 "저는 커피를 무척 좋아합니다."로요.
그리고는 열심히 써 내려갔..(가려고 노력)했지요.
그런데 커피에 대해서, 제가 무척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서
뭐라고 써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커피는 뭘까?
카페인 중독자에게 카페인을 주는 음료일 뿐인 것일까?
나는 왜 커피를 좋아할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 나가면서..
커피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떠 올랐어요.

커피의 향기.
집 앞 사거리 카페에서 나던 원두 볶는 매캐한 냄새,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 때 나는 흥분되는 향기도요.
그리고 커피만의 향긋한 냄새는 물론이죠.

커피의 맛. 다양하게 변모할 수 있는 커피의 맛들.
아메리카노는 씁쓸하지만 깔끔해요.
라테는 부드러운 쌉쌀함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시럽들은 커피맛에 풍미를 더해주죠.

하지만 커피에 대한 글을 쓰고자 했을 때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생각났던 커피는,
커피에 얽힌 저의 이야기들이었어요.
그리고 그 기억에 함께 소환된 옛사람들도요.

제가 아는 사람 중 커피를 제일 좋아하는 우리 엄마.
어릴 때 엄마가 마시던 커피가 궁금해서 한 숟갈 먹고는
인상을 썼던 생각이 났어요.
엄마는 이런 걸 왜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까? 궁금했던 기억도요.
지금은 제게 커피를 좀 줄이라고 잔소리하시지만
엄마가 집에 집에 놀러 오셨을 때
좋아하시는 커피 한 잔이라도 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그리고 학교 독서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노을을 보면서
믹스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던 고3 때 기억.
잠을 깨 보려고 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던 때였는데
마시고는 배불러서 책상에 엎드려 잤던 웃지 못할 이야기도 생각났어요.

대학교 땐 한창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생기던 때라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커피 한잔 사서
호로록 커피를 마시며 걸어갔던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카페모카며 카페라테 같은 커피들을 처음 마셨었죠.
리포트 쓰겠다며 도서관에 앉아서 자판기 싸구려 커피를 여러 잔 마시고는
카페인 과다 복용의 증상을 실제 느껴봤던 기억도 생각이 났어요.
교수님 얼굴을 뵙는데 어찌나 심장이 두근거리던지
어머 내가 왜 그러지? 했는데 알고 보니 커피 때문이었죠.

힘들다고 징징대면 커피 쿠폰 하나 던져주던 옛 친구도,
커피를 뭐 그렇게 빨리 마시냐며 신기하게 웃던 예전 직장 동료도,
인스턴트 알갱이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저의 최애 커피 레시피를 남겨주신 우리 할머니도.
모두 모두 커피 덕분에 오랜만에 기억 속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커피를 무척 좋아해요.
커피의 향기도 맛도 아침을 깨워주는 카페인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피가 주는 이야기들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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