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북토크에 초대받아, 작가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책을 쓰기 전후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를 인도하는 우주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흔히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을 생각하게 된다.
대학에 갈 무렵, 엄마가 데려간 엄마 친구 댁에 누가 와계신다고 해서 엄마와 갔었더랬다. 그분은 나를 보자마자 얘가 정말 고3이냐며 놀라셨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속이 새까매져 폭삭 늙어버렸던 걸까. 그때의 얼굴이 마흔 넘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대학은 떨어질지 몰라요. 그런데 아이가 불교의 기운이 많네요. 아이에게 만(卍) 자 금목걸이를 하나 해주세요. 그게 이 아이를 지켜줄 거예요.
그날로, 그 목걸이는 나의 종교가 되었다.
달리 종교가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종교다.
그 목걸이가 나를 지켜줄 거라고 했던 그분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잘 때도 샤워할 때도 늘 그 목걸이를 했다. 혹여나 그 목걸이가 없어진다면, 나를 지킬 힘이 함께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 목걸이는 한참 동안 내게 큰 의미였다.
어릴 적 내 친구는 내가 불교라는 이유로, 너는 하나님을 믿지 않으니 지옥에 가게 될 거라고 했다. 고작 5학년 초등학생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이 말을 아이가 생각해 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친구가 다니던 교회에서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것이고, 분별없는 아이는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종교 지도자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신념이 바뀐다.
간혹,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들이 지옥에 간다거나, 일요일에 교회에 오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거나, 월급의 얼마를 헌납하지 않는 자들이 어떻다던가 하는 말을 하는 종교 지도자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 말은 종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믿는 자들을 자유롭게 하기보다 구속할 것이다.
분별없는 사람에게, 그 말은 곧 종교가 되고 만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신앙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혹시나 벌을 받지 않을까 겁을 내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다, 우주가 내게 답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있었다.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침묵과 고요 속에서 나를 비우면, 요청에 대한 답이 오곤 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나를 비우면, 온 우주가 내게 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그 우주를 하나님이라고 부른 들 무엇이 다를까. 우주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그 자체였으며 부처가 깨달은 섭리였다. 우리의 언어로 감히 붙여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광활한 모든 것. 그것과 내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내가 더 많이 비워질수록 우주의 신호를 더 명확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종교로부터 내가 분리됨을 느꼈다. 종교라 불리는 것이 거추장스러웠다. 동시에, 모든 종교가 주려는 궁극적 메시지가 완전히 일치함을 알았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상을 잔뜩 가진 채로 의도를 넣어 경전을, 성경을 해석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어리석음 때문일지 모른다. 결국 우주는 하나이며, 모든 깨달은 자들의 표현이 다를 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이 시간을 지나며, 나는 내 손으로 만(卍) 자 목걸이를 뺐다.
그 일은 실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이 목걸이가 없으면 나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나인데, 내 안에 완전히 다른 믿음이 생겼다. 우주에서 주는 어떤 일도 좋은 일이다. 나빠 보이던 일도 실은, 더 나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하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이라고 이름 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좋은 일이다.
'이제는 불교가 아니야' 따위의 작은 의미로서 목걸이를 뺀 것이 아니라, 내 주위의 모든 일이 사실은 나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우주의 이 엄청난 혜택을 모든 순간 받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나는 늘, 어떤 순간에도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어떤 표식이 필요치 않았다.
그로,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우주는, 하나님은 실은 우리가 가장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자유롭고 성장하고 부자이기를 원한다.
어떤 일에도 죄책감을 갖지 않기를 원한다.
신의 이름을 빌려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며 무언가를 강요하는 종교인들이 많은 걸로 안다.
이 분들을 분별할 수 있는 똑똑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내가 되길.
밝고 맑은 눈을 가진 내가 되기를.